마이크로소프트(MS)가 PC시장의 독점력을 바탕으로 슈퍼컴(클러스터)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MS는 특히 윈도 친화적인 한국시장을 아시아에서 MS 슈퍼컴 시장 확대의 전진기지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MS가 PC와 워크스테이션 시장에 이어 리눅스 기반이 90%인 클러스터 슈퍼컴 시장까지 장악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졌다.
◇PC에 친숙한 사용자를 공략하라=MS가 윈도 기반 클러스터 상품인 ‘윈도 컴퓨트 클러스터 서버 2003(WCCS2003)’을 출시한 것은 지난해 9월. 서버용 운용체계(OS)인 윈도2003 서버와 클러스터 솔루션, 잡스케줄러 등으로 구성돼 있는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친숙성이다.
MS는 PC 윈도 환경과의 호환성, 마법사 기능과 같은 친숙한 인터페이스, 윈도 개발 도구인 비주얼 스튜디오와 유사한 기능을 내세워 윈도 기반 PC 사용자와 워크스테이션 사용자 등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지난달 30일 방한한 프랭크 차즘 MS 기술담당 이사는 “MS의 WCCS2003은 윈도 플랫폼과 연동되기 때문에 병렬 애플리케이션에 관해 최소한의 학습으로 클러스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서 “엑셀을 많이 쓰는 금융권에서 WCCS를 이용해 슈퍼컴을 만들어 수일 내에 파생상품을 개발하거나, 대규모 금융거래에 나서는 사례가 나오는 등 슈퍼컴 대중화 시대를 MS가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아시아 시장 공략 발판=MS는 WCCS 출시 6개월 만에 아시아 최대 레퍼런스(동명대)를 한국에서 만드는 등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MS는 부산 동명대에 총 100노드 클러스터를 구축할 예정인 가운데 삼성전자, 삼성종합기술원, 대우조선해양, 한국투자증권, 연세대 등도 고객사로 확보했다. 현재 공급한 물량은 150노드 가량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MS가 클러스터 관련 노하우를 갖고 있는 국내 몇 안되는 업체들도 협력사로 속속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
삼성종합기술원은 아시아 유일의 MS 본사 자문 기관의 보드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리눅스 클러스터의 대명사인 클루닉스도 윈도 슈퍼컴 주요 협력사가 됐다. 또 다른 파트너사인 테라텍, ISA테크 등도 리눅스 클러스터 공급업체로는 비중이 높은 업체다.
하봉문 한국MS 비즈니스&마케팅본부 이사는 “이달 초 클루닉스와 공동으로 윈도우 클러스터 데모센터를 오픈할 계획”이라면서 “2008년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7월부터는 분기당 공급 물량을 300노드까지 크게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향후 시나리오와 장애들=MS가 슈퍼컴 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범용 프로세서(x86칩)을 기반으로 한 슈퍼컴 시장이 매년 2배 이상씩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MS는 조만간 WCCS를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팩을 출시하고 내년께 롱혼(차세대 윈도 서버 운용체계) 출시에 맞춰 WCCS 버전2도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 윈도 서버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윈도를 지원하는 계산 애플리케이션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 리눅스 기반에 비해 노드당 20만∼50만원의 추가 비용도 든다.
이에 대해 MS 측은 “리눅스 클러스터의 경우, 구축 및 제반 학습 비용이 많아 오히려 MS가 슈퍼컴 시장을 대중화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애플리케이션 지원 확대 문제는 본사가 매우 신경쓰고 있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