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무선인터넷 기능이 없어 상대적으로 소비자 가격이 싼 휴대폰이 시장에 나온다.
정보통신부는 최근 제99차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KTF와 KT-아이컴 합병인가조건 세부이행계획서 변경신청’을 받아들임으로써 ‘인터넷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휴대폰을 위피(WIPI: 무선인터넷 표준플랫폼) 탑재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1일 밝혔다.
정통부는 관련 행정절차를 마무리하는 이달초 초부터 KTF의 위피 없는 휴대폰 판매를 허용하고 적용 대상도 2, 3세대를 구분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 신세기통신 합병인가조건 개정을 통해 2005년부터 이미 위피로부터 자유로웠던 SK텔레콤, 합병인가조건 자체가 없는 LG텔레콤도 위피 없는 2, 3세대 단순기능 휴대폰 시장 경쟁에 뛰어들 것인지 주목된다.
강대영 정통부 통신전파방송정책본부장은 “음성통화, 영상통화, 문자메시지, 글로벌 로밍 등 기본 기능만 제공되는 저렴한 실속형 휴대폰에 대한 이용자 선택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KTF의 요청을) 승인한다”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다만 “무선인터넷서비스를 지원하는 휴대폰에는 계속 위피를 탑재해야 한다”면서 “위피를 탑재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브루, 심비안 등을 쓸 수 없으며 ‘위피 온(on) 브루’와 같은 형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태철 SK텔레콤 상무는 “새로운 상품을 만들려면 최소 6개월이 필요하다”면서 “초기 3세대 이동통신시장에서 6개월을 대응하지 못하면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G텔레콤도 “무선인터넷이 지원되지 않는 단말기에 대해 위피 미탑재를 허용한 것은 3세대 이동통신시장 활성화와 전면 배치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뉴스의 눈
위피 없는 휴대폰 허용방침을 발표하는 정통부 관계자들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애초 약속(합병인가조건 이행계획서)을 어기고 막무가내로 덤벼든 KTF에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2세대 이동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 뒤통수만 보며 2등으로 뛰던 KTF는 ‘쇼(SHOW)’와 위피 없는 휴대폰 전략을 통해 3세대 시장을 선점하고픈 속내를 드러냈다. 이와 달리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오래전부터 틈새(위피 없는 휴대폰)를 공략할 수 있었지만 상품가치가 없는 것으로 봤다. 또 기본적으로 무선인터넷기능이 없는 휴대폰은 소비자 1인당 평균매출(ARPU)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 살 깎아먹는 함정이 도사린다.
합병인가조건을 일종의 법(규제)으로 받아들였던 인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합병인가조건을 통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