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원동 롯데캐슬파크에 사는 주부 김미영씨(36·가명)는 요즘 외출이 잦아졌다. 그동안은 기르는 애완견 미미를 홀로 두는 게 마음에 걸려 애완 동물과 동행이 어려운 장소에는 잘 가지 않았다. 그런 그가 최근 한 이동통신회사의 디지털홈 서비스에 가입하고서는 모든 게 달라졌다. 복잡한 가사일은 바깥에서 휴대폰으로 원격 처리하는 대신, 그는 멀티플렉스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맘껏 즐길 수 있게 됐다. 영화를 보다 말고 휴대폰으로 세탁기를 작동시키고 가스 밸브도 원격으로 잠근다. 때에 맞춰 애완견 미미에게 먹이도 준다. 휴대폰에 있는 메뉴 버튼을 누르면 자동 급식 장치에서 먹이가 쏟아져 나온다. 미미가 먹이를 잘 먹고 있는지 휴대폰으로 집안의 카메라를 연결해 살펴 본다. ‘이제 다 먹었군.’ 김씨는 다시 친구랑 팝콘을 먹으며 영화에 열중한다.
#.부산 가야동 e편한세상에 사는 회사원 최재식씨(33·가명)는 요즘 퇴근길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졌다. 노총각인 그는 그동안 썰렁한 집에 들어가는 게 싫어 매일 퇴근 후 동료들을 끌고 한 잔(?)을 일삼는 물귀신파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이 아파트로 이사한 후로는 생활이 바뀌었다. 퇴근 전 휴대폰을 이용해 거실의 블라인드를 활짝 열고 조명을 밝게 켜두는 것은 물론이고 실내 온도도 18도 이상으로 데워 둔다. 많이 피곤한 날에는 목욕할 수 있도록 욕조의 온수도 미리 틀어 놓는다. 초고속정보통신 특등급(FTTH) 인증 아파트인만큼 TV포털을 통해 갖가지 장보기도 가능하다. 필요한 물품을 리모컨으로 클릭하기만 하면 상가 마트에서 곧바로 배달해준다. ‘화려한 싱글이 바로 이런 것이군.’ 최씨는 상가에서 막 배달된 맥주를 들이켠다.
휴대폰은 디지털홈을 구현하는 여러 기기를 원격지에서 제어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또 가입자가 늘 지니고 다닌다는 점에서 디지털홈 서비스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필수기기이기도 하다. 휴대폰을 통해 이뤄지는 디지털홈 서비스는 집 안팎에서 유무선 네트워크를 연동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원격으로 제어하고 첨단의 주거환경을 구현하는 데 방향타가 맞춰져 있다.
현재 주요 건설사와 통신업체들이 제공중인 디지털홈 서비스에는 휴대폰을 통한 기능 제어가 빠지지 않고 있다.
SK건설과 SK텔레콤이 지난 1월 시작한 홈네트워크 서비스 ‘디홈(D.home)’은 휴대폰과 무선 네트워크를 연결해 모든 기능을 구현하는 게 특징이다. 기존 홈네트워크 서비스는 신축 아파트에 초고속인터넷망을 깔아야만 가능했지만 이 서비스는 별도 설계나 배선 작업이 없이 무선 장비로 제공하기 때문에 기존 아파트와 주택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집 안팎에서 리모컨이나 휴대폰을 누르면 침입, 화재, 가스누출 감지 장치를 작동시키고 위기상황 발생 시에는 문자(SMS) 및 음성메시지로 통보를 받을 수 있다. 기존 이동전화 네트워크와 실내용 무선 네트워크가 통합된만큼 휴대폰으로 조명·전원·차단기·감시카메라 등 중요 기기에 대한 제어가 가능하다.
이처럼 최근의 디지털홈 기술 흐름은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합해 휴대폰으로 홈오토메이션과 보안 및 관리, 나아가 각종 정보와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집안의 각 기기와 연결해 구현하는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
최초의 디지털홈 서비스가 건설사와 홈오토메이션업체, 가전업체 등이 주도해 집안의 보안 관리와 기기 제어에 중심을 뒀다면 2단계로는 유·무선 통신업체가 참여해 외부에서도 감시와 제어가 가능하게 됐다. 여기에 최근에는 케이블TV 방송사, 인터넷 포털 등 사업자까지 연계해 유무선 홈네트워크와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가미되는 추세다.
휴대폰을 통해 제공되는 주요 디지털홈 서비스로는 △모니터링, 침입, 화재감시, 가스감시 및 제어, 가전제어, 난방 제어 등 보안 및 관리 △폰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실내의 디지털 디스플레이 패널로 보내는 디지털 액자 △강아지·금붕어 등 애완동물 돌보기 △주문형비디오(VoD), 모바일 싸이월드, 모바일 음악서비스 등 TV포털과 연계한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등이다.
여기에 무선 광대역네트워크(HSDPA·와이브로)가 활성화되면 데이터 고속 전송이 지원돼 고해상도 모니터링 서비스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후에는 m러닝·원격검진 등 교육과 의료서비스, 생활로봇을 활용한 각종 지원 서비스까지 휴대폰으로 연계되는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전망이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기고-휴대폰이 가져다 준 디지털홈의 변화
-이우승 SK텔레콤 신규사업개발3그룹 디지털홈사업팀장 wslee@sktelecom.com
휴대폰을 기반으로 한 컨버전스 구현은 개인에 대한 서비스 접근성 면에서 크게 부각돼 있다.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현하는 데에서 나아가 휴대폰을 통해 게임·음악·교통·금융·방송·커머스 등 가입자가 일상 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실현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디지털홈 분야에서 휴대폰이 갖는 역할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휴대폰을 통한 디지털홈 구현은 기존 홈네트워크 서비스에서 광대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유무선 멀티미디어와 방송·통신 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디지털홈은 정부가 지난 2003년 미래 IT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성장 전략으로 내놓은 ‘IT839 정책’의 8대 신규 서비스 중 하나다.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블루오션 상품으로 평가받았다.
일본 미쓰비시 종합연구소의 전망에 의하면 디지털홈 시장은 올해 전 세계적으로 약 100조원에 달하고 2010년에는 350조원으로 연평균 20% 이상으로 성장이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 6조원에 머물던 것이 2010년에는 16조원으로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디지털홈 비즈니스는 △음성과 데이터 △유선과 무선 △통신과 방송의 융합 외에도 △RFID/USN·ZBPS·URC 등 다양한 기술 방식과 응용 서비스들이 융합되는 컨버전스의 총아다. 이 때문에 관련 업체들은 사실상(de facto) 표준을 확보하고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휴대폰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홈서비스는 크게 홈 매니지먼트와 홈 엔터테인먼트 2분야로 나뉠 수 있다.
홈 매니지먼트는 침입 방지, 화재 및 가스 누출 점검 등 휴대폰을 통해 원격으로 가정의 내부를 점검하는 데 집중돼 있다. 가전기기와 가스기기, 조명 등을 제어하고 안전성 여부를 점검한다. 또 출입을 모니터링하는 보안 기능도 필수적으로 갖추는 추세다. 예를 들자면 가정 내 가스가 누출되는 것이 감지되면 가정 내 제어시스템이 스스로 작동해 밸브를 자동으로 잠그는 것은 물론이고 RG(Resident Gateway) 경보기가 작동해 영상이 자동적으로 저장된다. 또 동시에 가입자 휴대폰으로는 관련 상황에 대한 단문메시지(SMS)가 자동으로 전송돼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정보가 제공된다.
홈 엔터테인먼트는 TV 포털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양방향 TV 플랫폼을 기반으로 TV를 이용해 보안과 제어 기능을 맡기는 것은 물론, 주문형비디오(VoD)·게임·원격 교육 등 다양한 오락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복권 및 티켓 구매, 건강 관리 등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가능하다. 이동전화는 여기서 부가적 기능을 한다. 주요 콘텐츠를 휴대폰을 통해 미리 예약 주문할 수도 있고 옮겨와 볼 수도 있다. 카메라폰과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이동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가정에 전송하는 전자액자서비스도 가능하다. 외출 중에 애완견에게 먹이를 주도록 명령을 내리는 서비스도 이미 선보였다. 이외에도 휴대폰과 홈네트워크 기기를 연결해 원격 진료와 건강 검진이 가능한 u헬스케어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마련돼 있다. 한마디로 집전화와 이동전화, 인터넷과 TV가 하나가 돼 통신과 방송을 융합하는 컨버전스 서비스가 이뤄지는 셈이다.
디지털홈 서비스는 앞으로도 더 다양한 유무선 접속 기술을 바탕으로 TV·PC·휴대폰·게임기 등 가정 내 모든 전자·통신기기를 컨버전스시켜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원스톱 종합서비스’로 발전할 것이다.
◆휴대폰에서 구현되는 디지털홈 기술
휴대폰을 통해 디지털홈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유선과 무선 네트워크의 특성과 이를 연동하는 인터페이스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디지털홈에 활용되는 유선 기술은 홈PNA·전력선통신(PLC)·IEEE1394·이더넷 등이며, 무선기술은 원거리에서는 CDMA 또는 WCDMA 이동전화망을, 가정 내에서는 무선랜·블루투스·홈 RF·IrDA 등에 기반하고 있다. 유선 기술은 가정 내에서 PC 및 주변기기와 정보기기·디지털 가전제품 등을 단일 프로토콜로 제어해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하도록 지원한다. 무선 기술은 케이블 배선이 필요 없는만큼 단말기의 이동성이 보장될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구조변경이 쉽고 설치와 유지 보수가 용이하다. 반면에 주파수 간섭과 감쇠로 인한 전송 에러 발생 가능성, 보안 문제 등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개발하고 있는 디지털홈용 휴대폰 단말은 대부분 이 같은 다양한 유무선 네트워크와 인터페이스 표준을 지원하면서도 주력 기술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방향타를 잡고 있다.
홈PNA의 경우, 데이터 전송률이 4M∼32Mbps로 최대 100Mbps까지 확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다양한 장비 공급업체가 적은 것이 단점이다. 전력선통신(PLC) 활용 기술 역시, 표준화를 위해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다 초고속인터넷업체들의 발빠른 공세로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신 최근 많이 사용되는 기술은 무선랜과 홈 RF·블루투스·IrDA 등 2.4㎓대 주파수를 지원하는 개방형 데이터 무선 통신 표준들로 이동 시에는 광대역 네트워크(CDMA·HSDPA·와이브로)와 연계하는 방안에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 외에도 최근에는 전자태그(RFID) 기능이 갖춰진 휴대폰이 주류를 이루면서 모바일커머스와 디지털홈 서비스를 연계하는 기술 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