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시대]산업별 반응

 한미FTA 협상 결과에 따라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 측의 요구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은 통신분야의 경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반해 외국인의 지분 제한이 완화된 문화 콘텐츠업계는 존립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걱정하는 모습이다. 또 디지털TV 등 수출 관세가 철폐되는 분야 관련업체들은 시장 확대의 기회라며 적극 활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재계는 그동안의 추진 요청대로 타결 소식에 환영의 뜻을 표하며 국회 비준 등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정부는 타결에 안도하면서 피해가 예상되는 업계에 대한 보완대책 마련에 매우 분주한 모습이다.

 ◇산업분야별 반응

 <통신분야>

 통신업계 반응은 대체로 다행스럽다는 반응이다. 현재와 달라지는 부분이 별로 없어 불확실성이 제거됐기 때문. 여기에다 후발 사업자들은 외국인 간접투자 한도가 늘어나 투자 유치 활성화 및 기업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우선 가장 첨예한 쟁점으로 떠올랐던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지분 한도가 49% 현행 체제를 유지하게 돼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분 한도 변화 여부에 관심을 가졌지만 결과적으로 현행 기준이 유지돼 안정적인 경영기조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며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외국인이 자회사 등 다른 기업을 통해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에 간접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공익성 심사를 전제로 100% 까지 허용한 것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지배적사업자인 KT나 SK텔레콤은 아예 이 대상에서 제외시켜 적대적 M&A 소지 논란을 아예 없앴다. 또 후발 사업자들의 경우에도 공익성 심사를 전제로 투자가 허용되기 때문에 견제장치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하나로텔레콤 등 일부 후발사업자들은 외국인의 간접투자 폭이 확대돼 투자가 활발해질 경우 기업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동시에 나타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전자 부품·소재업계>

 직접적인 영향은 적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후방산업인 IT·전자 제조분야의 경우 이미 관세가 대부분 폐지된 상태라 FTA 타결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디지털TV의 수출 관세 5%가 철폐되면서 디지털TV 관련 부품 및 소재업체도 덩달아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PDP모듈과 LCD모듈의 경우 각각 5%, 4.5%의 수출 관세가 없어져 미국 TV업체로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특혜도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에서 한국산 LCD와 PDP TV가 가격 경쟁력을 갖춰 판매가 늘어나면 당장 PDP와 LCD 패널, 백라이트 유닛, 편광판 등 주요 부품의 수요가 늘고, 바로 부품을 만드는 소재로 수혜가 연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입 관세 철폐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미국산 부품과 소재의 수입 관세가 없어지면서 전자부품·소재 수입선을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꾸는 국내 업체도 속출할 전망이다. 미국산 PE-CVD 등 디스플레이 장비의 부분품에 무관세 혜택이 적용되면서 일부 장비업체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문선목 디스플레이장비재료협회 전무는 “무관세 혜택을 적용받는 반도체 장비와 일부 디스플레이 장비 부분품의 경우 무관세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협회 차원에서 법 개정을 추진중”이라며 “이번 FTA 타결로 미국산 부분품을 사용하는 업체들이 당장 법 개정과 무관하게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방송문화콘텐츠업계>

 미국이 요구한 방송 관련 핵심 사안인 외국인 지분 제한 및 편성 쿼터 완화 등이 수용된 방송 문화 콘텐츠업계는 파장에 매우 긴장하는 모습이다.

 해외 방송 콘텐츠 중 70% 이상이 미국에서 수입되는 상황에서 미국 방송사가 국내에 직접 진출, 자체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면 자체 제작 비율이 낮은 상당수 PP들이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케이블 업계에선 최근들어 미디어 사업의 기반을 구축하고 자체 콘텐츠 제작을 통해 도약을 모색하고 있는 대형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들도 존립이 흔들릴 것이라며 걱정하는 모습이다.

 또 외국 프로그램이 저가에 들어옴에 따라 국내 제작물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돼 국내 방송 제작 시장의 침체도 우려된다. 아직 규모가 작은 외주 제작사와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직격탄을 입을 전망이다.

 한미 FTA 방송시장 개방 저지를 위한 케이블TV비상대책위원회는 “자본과 콘텐츠에서 취약한 국내 영세 케이블TV 방송사업자는 미국의 미디어 공룡들과 경쟁할 수 없다”며 “방송 주권 보호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지상파 방송사나 SO 등 플랫폼 사업자들은 상대적으로 방송 시장 개방의 영향을 덜 받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번 방송 개방을 계기로 자유 경쟁이 확대돼 국내 방송시장의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하고 있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