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증권거래소엔 곰이 없습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국내 증권선물거래소(KRX) 서울사옥 로비에는 황소와 곰이 싸우는 모습의 동상이 있습니다. 증권시장에서 황소(bull)는 강세장을, 곰(bear)은 약세장을 상징하죠. 물론 거래소에 있는 동상은 곰이 황소에게 절대적으로 밀리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황소가 곰을 물리치고 주가가 상승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있는 셈이지요.
‘황소’와 ‘곰’은 만국 공통어입니다. 독일 프랑크프루트증권거래소 앞에는 투우 경기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크기의 황소와 공격 자세를 취한 곰이 대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싱가포르거래소와 베트남 호찌민거래소에도 곰을 들이받는 커다란 황소 동상이 있다는군요. 강인한 황소의 힘으로 주가가 힘차게 오르기를 바라는 것은 어느 증시나 매한가지인가봅니다.
그런데 최근 방문한 상하이증권거래소 현관을 들어서면서 제 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황소 조형물이었죠. 다른 거래소들과 달리 오로지 거대한 황소 한 마리만 덩그러니 1층 로비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더군요. 저는 그 순간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었답니다. 국내 증시가 황소와 곰이 싸우면서 박스권에 갇혀 오르락내리락 하는 동안, 중국 상하이지수는 작년 한 해만 해도 130% 이상 상승하는 괴력을 보였었지요. 여기에 황소의 기운이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닐까요. 최근 신고가를 경신한 상하이지수도 이 황소 동상에 힘을 받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