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술경영(MOT) 특별좌담회]"단순 산업 연계를 넘어"

기술지식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MOT인재양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본지와 산업기술재단이 마련한 ‘글로벌 MOT 특별좌담회’에서 윌리엄 밀러 스탠퍼드대 교수, 정준석 산업기술재단 이사장, 김도연 서울대 공대학장, 황준석 서울대 교수(왼쪽부터)등이 MOT 활성화 방안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기술지식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MOT인재양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본지와 산업기술재단이 마련한 ‘글로벌 MOT 특별좌담회’에서 윌리엄 밀러 스탠퍼드대 교수, 정준석 산업기술재단 이사장, 김도연 서울대 공대학장, 황준석 서울대 교수(왼쪽부터)등이 MOT 활성화 방안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대학에서 발현된 ‘기술과 경영을 모두 아는 인재 양성’을 위한 ‘기술경영(MOT)’는 전세계적으로 큰 화두가 되고 있다. MOT는 단순히 기술과 경영의 결합을 의미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산업체와의 연계,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서울대·포스텍·성균관대·한국기술교육대 등 4개 학교에서 MOT 학위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 3월 26일 서울대 엔지니어센터에서는 정준석 한국산업기술재단 이사장, 김도연 서울대 공대학장, 윌리엄 밀러 스탠포드대 교수 등 전문가들이 만나 ‘글로벌 기술경영’에 특별좌담을 가졌다.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사회(황준석 서울대 기술정책대학원 교수)=우수한 글로벌 MOT인 스탠포드대학교의 윌리엄 밀러 교수와 서울대 김도연 공대학장, 정부측의 의견을 대표하는 한국산업기술재단의 정준석 이사장을 모시고 좌담회를 진행하게 돼 매우 기쁘다. 우선 최근 MOT 교육의 트렌드와 글로벌 MOT의 의미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다.

◇윌리엄 밀러(스탠포드대 교수)=더 이상 연구와 개발 사이의 경계선은 없다. 기술개발 경영에 있어 과거의 모델은 현시대에 더 이상 효력이 충분치 않다. 공학도 여러 사회적 이슈들과의 관계를 포괄하고 통합적 교육이 우선시된다. 현 미국의 교육도 이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 MOT는 이미 100여년 전 시작됐다. 좁은 의미의 산업공학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혁신과 국제관계, 네트워킹으로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지금은 세계화, 경영인의 전략까지 다루고 있다.

◇김도연(서울대 공대학장)=21세기는 지식기반 사회다. 기술경영이라는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전문 기술경영인을 양성하면서 국가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사실상 산업 경쟁력을 의미한다. 이런 산업 경쟁력은 기술과 경영, 두가지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기술과 경영은 산업 전체를 대표하는 핵심 부분이다. 이 분야에서 주도권을 갖는 것은 대한민국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 공대는 이미 15년 전부터 기술경영, 기술정책 과정을 다뤄왔다. 이를 모태로 새로운 MOT 프로그램으로 확대시켜나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대학의 MOT 졸업생, 공대 졸업생들이 주요 기업에서 리더십을 갖고 더 나아가 정부와 사회단체 등에서 역할을 하도록 교육체계를 마련하겠다.

◇사회=한국산업기술재단(또는 정부) 입장에서 MOT의 중요성과 현재 실행중인 사업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정준석(한국산업기술재단 이사장)=과거 기술력을 바탕으로 창업한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쉽게 쓰러졌던 이유를 ‘경영능력이 없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200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R&D 투자총액은 24조2000억원으로 세계 8위, GDP대비 2.99%로 OECD 국가 중 5위지만 R&D 사업화율은 20%, 특허사업화율은 27% 대에 불과하다. 이는 R&D 투자를 사업화로 연결시키는 인재육성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R&D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술지식과 경영능력을 함께 갖춘 기술경영 인재육성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지난해부터 산자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한국산업기술재단을 전담기관으로 해 대학 및 전문교육기관 등을 통해 ‘기술경영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본격화 했다. 서울대등 4개 대학에 ‘MOT 석·박사 학위과정’을 설치하여, 연간 160명 이상의 기술경영 능력을 갖춘 인재를 배출할 예정이다. 앞으로 더 확대해 나갈 것이고 이공계 학부생, 산업체 근무자들에게도 관련 소양 교육을 강화할 것이다.

◇사회=스탠포드대의 MOT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특징이라면.

◇윌리엄 밀러=교육 프로그램은 엔지니어링 파트에서 진행되지만 비즈니스(기업) 부문과 연계가 필수다. 기업과 인턴십을 통한 교류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산업이나 학제는 엔지니어링, 사이언스, 메디컬 등이 여러 분야가 합쳐진 경우가 많다. 학생들도 공부 뿐만 아니라 좋은 프로그램에 가입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 MOT 교육은 1, 2주짜리 단기과정도 있고 정보통신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긴 기간의 프로그램 교육도 있다. 금융 부분에서 기업체 임직원이 교수로 참여하는 형태도 확대중이다. 학생들은 팀을 구성해 강의도 듣고 기업체 임원과 협의 기회도 얻는다. 사업계획을 짜는 것을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법학, 경영, 공학 등 다양한 전공과정의 학생들이 팀을 구성해 사업계획을 구상해 보기도 한다. 이는 향후 창업과 직접 연계도 가능한 수준이다.

◇사회=서울대 MOT프로그램은 이번에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김도연=서울대 MOT 특징은 가장 전통있는 공과대학 안에 설치된다는 점이다. 서울대 공대는 지난해 60주년을 맞았고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자부한다. 이번 MOT 역시 가장 질 좋은 공학도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서울대 MOT 학생들은 각자의 우수한 공학적 교육 배경에다 관리 능력을 추가시켜 교육하는 것으로, 최고의 경쟁력 있는 인재을 양성할 수 있다. 서울대가 한국형 MOT 모델을 제시하는 한편, 아시아의 MOT교육 허브로 거듭날 계획이다.

◇사회=밀러 교수가 생각하는 기술경영 인력의 미래 수요와 수요 창출을 위한 산업체와의 연계방안은 무엇인가.

◇윌리엄 밀러=단순한 기술이전(Technology Transfer)만으로는 오늘의 경영혁신 모형을 설명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연구와 개발의 연계, 경영과 연구개발의 체계적인 결합모델이 갖춰져야 한다. 스탠포드는 1만4000명 규모로 50%가 학부생, 50%는 대학원·박사급 교육생이다. 창업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의 MOT에 대한 기대치가 대단히 높다. 산업간 교류도 활발하다.

여러가지 융합에 맞는 교육체계를 갖춰 기업과 연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분명 비즈니스화 되는 것을 원한다. 인텔 회장이 정기적으로 강의도 하고 시스코 임원도 학교에서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교수와 CEO가 팀을 이루는 것은 좋은 모델이다. 학교의 연구실과 기업의 R&D기관에서 공동 리서치가 이뤄질 경우 성과가 클 수 있다.

◇김도연=공학기반의 학생들에게 비즈니스 경영 능력을 가르쳐 다양한 능력을 모두 갖추게 하는 게 교육의 기본 목표다. 학생들은 리더십 훈련을 많이 받아야한다. 윤리적인 기준에 대해서도 많은 공부를 해야하고 사회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목표도 가졌으면 한다. 우리 학교 출신, 주요 인사들을 초청해 조언을 듣고 이들과 파트너십을 갖는 ‘산·학 협력’에 주안점을 두겠다. 이를 통해 MOT를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사회=정부입장(기술재단)에서 기술경영 수요창출을 위한 노력과 산업체와의 연계를 통한 기술경영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정준석=대학을 졸업한 고급 기술인력과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력간의 양적·질적 미스매치로 대학과 산업체간의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인구 천명당 대졸 공학인력 배출규모가 OECD 국가 중 1위이고, 박사학위 인력도 OECD 평균을 상회하는 등 양적 불균형을 보이고, 대졸 기술인력의 기술수준과 산업현장의 기대 수준과의 갭이 발생하고 있다. MOT 학위과정은 단순한 이론위주의 교육이 아닌, 현장 실무위주의 교육 프로그램과 교과과정으로 구성하도록 유도했다. 특히 국내·외 산업체 인턴십을 필수학점으로 의무화하여, 대학 강의를 통해서는 습득할 수 없는 현장감각과 실무능력을 배양하도록 하겠다. 교육자체가 살아있어야 한다. MOT과정을 통해 이공계 기피 현상을 해소하고 꿈을 키워줄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기술자가 R&D나 생산이외에 기업을 경영하는 인력으로까지 발전된다는 것이다.

◇윌리엄 밀러=학교간, 학교와 기업간 교환 프로그램이 매우 중요하다. 스탠포드는 이미 중국, 싱가포르의 대학과도 교류를 하고 있다. 산업은 세계화되고 있고 그 추세는 강화중이다. 학생들이 인근 지역과의 협력 이외에 글로벌 영역, 다양한 국가의 여러 기업과 교류를 통해 체험 기회를 많이 가져야한다. 물론 한국의 우수기업, 좋은 학교와의 협업 기회도 있을 것으로 본다. 향후 키워드는 세계화다.

◇김도연=글로벌 시대, 지식기반 시대를 맞아 만든게 MOT다. 정부와 기술재단의 도움이 컸다. 서울 공대 MOT는 갓 태어난 아이와 같다. 앞으로 이 분야에 경험을 갖은 분들과 많은 교류 필요하다. 국제 콘퍼런스 등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MOT과정에서 앞으로 공학과 경영이 잘 균형잡힌 교과과정을 개발해서 일단 한국MOT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여러가지 연구과제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만들겠다. 기업과 산업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학생들이 기업이 원하는 인력이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공계 전체로 보면 우리나라도 이미 좋은 학생들이 부족한 실정이다. 공학, 엔지니어링 분야에 좋은 길을 제시하는 것은 좋은 학생들이 진입하는 좋은 길이 될 수도 있다. 기술경영 발전은 공학교육 자체의 성장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정준석=세계적으로 FTA도 확산중이다. 교육도 당연히 글로벌화 추세, 개방 시대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 넓게,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인력양성이 필요하다. 이번 학기를 통해 4개 대학에서 MOT학위 과정이 시작되지만 전문대학원제를 검토하는 등 MOT 확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다양한 연구 용역을 통해 MOT가 좀 더 확산되고, 우수한 이공계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정부와 재단에서 힘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정리=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