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 유치경쟁이 한계점을 넘었다는 지적이 또다시 나오고 있다. 한번 경쟁에 불이 붙으면 가속도가 생겨 도저히 멈출 수 없는 게 이동통신 업계의 생리라고는 하지만 최근 상황은 좀 심각한 모양이다. 그동안 몇 차례 과징금 조치를 받고 유통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작 이통사 처지에서는 ‘쇠귀에 경 읽기’다.
지난 1분기 이통 3사가 판매한 전체 휴대폰이 1년 전에 비해 무려 30.6% 증가했다고 한다. 이 기간 단말기 유통비용은 4000억원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합법적인 보조금과 리베이트를 합쳐 1조60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유통시장에 투입됐다. 이렇게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투입했지만 정작 순증 가입자는 30만명도 채 안 된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가입자당 마케팅 비용을 생각하면 도저히 납득을 할 수 없는 이통시장의 현주소다. 물론 소비자는 보조금을 받고 최신형 단말기로 교체할 수 있으니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단말기 업체들도 아쉬울 게 별로 없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단말기 시장 규모가 2200만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자신의 몫만 잘 챙기면 된다.
2분기에도 분위기가 급반전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다만 5월 이후 보조금이 늘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가입자의 휴대폰 교체 시기가 미뤄지고 통신위가 과열된 유통시장의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시장이 일시적으로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적다.
이통사 간 과당 경쟁은 결국 부메랑 현상만을 자초할 뿐이다. 우선 소비자 시각에서 보면 보조금을 활용해 단말기를 교체하는 가입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 단말기를 자주 바꾸지 않는 가입자가 바라는 것은 요금인하 혜택인데 이것은 이통사의 관심권 밖이다. 이통사의 실적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통사 관계자들은 1분기 마케팅 비용의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비동기 3세대 서비스인 HSDPA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대규모 광고전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동통신 3사의 실적 악화는 더더욱 피할 길이 없다.
과도한 가입자 유치 경쟁은 신규 서비스 개발이나 해외 시장 진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악순환의 고리를 누군가 끊어야 한다. 이미 포화 상태에 진입한 국내 이통 시장을 놓고 아귀다툼을 벌이기보다는 다양한 3G콘텐츠 서비스를 개발해 가입자당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장 분위기를 잡아가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해외 시장에서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가는 데도 이통사가 진지하게 노력할 때가 됐다. 세계 이통 서비스 업계는 인도·중국·아프리카·중동·러시아 등 신흥시장을 놓고 치열한 인수합병(M&A) 경쟁과 신규진출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통사들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언제까지 상대편 가입자를 빼앗아 오는 소모전만 펼치고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