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 표준플랫폼 ‘위피(WIPI)’가 정부규제 완화로 부분 개방됐지만 노키아·소니에릭슨 등 글로벌 휴대폰 제조업체의 한국 시장 진입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키아·소니에릭슨 등 글로벌 휴대폰 제조업체는 그동안 SK텔레콤·KTF 등 국내 주요 이동통신업체와 3G 단말기 국내 공급 문제를 놓고 협상을 진행해왔으나 최근 심각한 이견으로 협상이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산 휴대폰업체들은 협상과정에서 국내 이통사에 △일정 기간 공급량을 보장하고 △멀티미디어메시지 서비스(MMS)·디지털저작권관리(DRM) 솔루션 등을 제조사 기반으로 바꿔주며 △국내 마케팅 조직 설립과 사후서비스(AS)까지도 부분적으로 이통사가 지원하는 것 등을 요구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키아 관계자는 “그동안 주요 이통사와 3G 단말기 국내 공급을 두고 다각도의 협상을 진행했으나 원칙부터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전혀 진척이 되지 않았다”면서 “지금 특정 모델 공급을 합의한다 해도 한글 변환·소프트웨어 개발·무선인터넷 기능 등을 고려한다면 향후 1년 내에 내놓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위피를 없앤 제품을 공급한다 하더라도 마케팅·AS 조직을 꾸리는 일에 상당한 자원이 투입돼야 하는데 시장성이 별로 없다는 게 본사의 판단”이라며 “소니에릭슨도 최근 같은 맥락에서 협상을 중단하고 철수했다”고 말했다.
반면에 SK텔레콤과 KTF 관계자들은 유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두 회사 단말기 전략 담당자들은 “협상은 아직도 유효하다”면서 “다만 외국 업체들이 한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조직도 갖추고 시장성도 따지는 등 상당한 고려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간을 두고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들도 “현재 특정 모델을 중심으로 협의를 진행하는 것이 아닌데다 서로 여러 조건을 맞춰봐야 하는 상황이어서 당장 외산이 출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연내 출시 가능성이 낮음을 인정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는 “노키아와 소니에릭슨이 한국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고 유통망을 갖추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원이 들어가야 하는데다, 한국 시장은 (통신)사업자가 주도적으로 끌고가는 데 비해 시장 규모가 작아 쉽게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노키아는 지난 1995년 국내에 아날로그 휴대폰 판매를 위해 진출했으나 이후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업체와 경쟁에서 CDMA 단말기가 경쟁력을 갖지 못하자 2003년 텔슨전자와의 OEM 계약 종료를 끝으로 사업을 접었다. 현재는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 등 사업을 위해 30여명이 남아 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