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이 부족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발상하고 실행할 능력을 가진 ‘하이컨셉트’ 기업으로 변신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일본 실버 시장 등 새로운 기회를 찾아 수익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4일 LG CNS가 주최한 ‘엔트루 월드 2007’ 기조연설자 자격으로 방한한 일본의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 박사는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래 기업은 대량생산기술에서 벗어나 눈에 보이지 않는 사물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MIT공학박사 출신의 오마에 박사는 매킨지 아·태지사장을 역임한 뒤 현재 컨설팅기업 비즈니스 브렉스루를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이자 경제학자다.
그는 제품 이미지 관리를 통해 젊은 소비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애플’, 일반 가전제품보다 3∼5배 높은 가격에도 소비자를 유인하는 ‘아마타나’ 등의 사례를 들고 “시장 변화에 따라 능동적으로 변할 수 있는 기업이 하이컨셉트 기업”이라고 정의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인력부터 구조까지 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일본 시장을 새로운 ‘시장기회’로 노릴 만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향후 5년간 일본에서 가장 자산이 많은 800만명이 퇴직하게 된다”며 “8억달러에 이르는 이들의 퇴직금과 5억달러 이상의 순자산, 1500조엔의 저축이 시장에 풀려 역동적인 실버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이 기회를 활용해 일본 기업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케어센터나 양로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자산을 국내로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일본에 ‘3각 합병제도’가 도입되면 이는 한국 기업이 자산가치가 높은 일본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내달부터 외국 기업이 주식 교환으로 현지 기업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3각 합병’ 허용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오마에 박사는 인수할 가치가 있는 일본 기업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0 이하인 산요와 NEC, 히타치 등을 들었다.
그는 “세계가 저성장 기조에 들어섰다지만 한국에도 기회가 남아 있다”며 동북아 중심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후하게 평가했다. 중국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황해 자유무역지대’에서 강력한 조정자 역할을 하면서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 황해를 중국 톈진·다롄 등지에서 생산한 제품을 다시 미국과 유럽 등으로 수출하는 경로로 활용하라는 주문이다. 그는 “황해 경제권의 중심은 부산”이라며 “부산을 제대로 정비하면 동아시아의 허브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마에 박사는 최근 체결된 한미 FTA에 대해 “굳이 FTA를 맺지 않고도 양국간 무역 활성화는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처럼 한국은 대미무역 흑자를 오히려 잃을 수도 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
◆오마에 겐이치는
1943년 후쿠오카에서 출생해 와세다대 등을 거쳐 MIT에서 박사학위(원자력공학)를 받았다. 히타치제작소와 매킨지 등에 재직했고 UCLA 교수 및 스탠퍼드대 객원교수도 역임했다. 한국을 200회 이상 방문했으며, ‘건설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선 독도와 야스쿠니신사를 모두 없애자’라는 식의 직설 화법으로 유명하다.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는 ‘쓴소리’를 마다 않지만 한국 젊은이들의 재능과 잠재력에 대해선 후한 점수를 주는 한국통이다. 140여권의 저서가 있고 95년 도쿄 도지사에 출마했다 낙선한 경험도 있다. 현재 컨설팅회사 비즈니스 브렉스루의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