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SW산업의 대변자 역할을 해 온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역할과 위상정립 문제로 내외부로부터 지적을 받아 온 협회가 차분히 새로운 모습을 준비하고 있는 것. 이 같은 계기를 만든 사람이 바로 박경철(59) 전 대우정보시스템 사장이다.
지난달 초 박 전 사장이 한소협의 살림을 도맡아 한다는 소식에 다소 의아해 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가 만들어 온 이력에 비해 자리가 좁지 않겠냐는 우려다. 하지만 이 같은 질문을 예상이나 한 듯 그의 대답은 간결했다. “한소협이 내부적으로 위상제고를 위해 고민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협회는 물론 SW산업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일이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부회장에 응모키로 결정했습니다.” 이 같은 생각을 토대로 대기업의 대표를 역임했다는 외형적인 것 보다 한소협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했고 이를 협회가 받아들여 준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미 한소협을 변화시키기 위한 작업을 그는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외부에서 협회에 대한 여러 문제들을 들었는데 실제로는 부풀려진 얘기가 많았다”며 “SW산업 대변자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그의 생각이 단순히 한소협이라는 한 조직을 살려보자는 의미는 아니다. 한소협은 국내 SW업체들이 모여 만든 대표적인 단체로 협회는 곧 SW업계와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SW 1.5세대라 자칭하는 그 역시 국내 SW산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73년 육군 중앙경리단 전산실에서 SW업무를 당당하다 일이 힘들어 대우조선으로 직장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역시 SW를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대우정보시스템에 근무하기까지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이 바로 국내 SW산업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같은 경력을 가진 그가 생각하는 SW산업육성의 키워드가 궁금해졌다. “SW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처럼 분업화가 돼야 합니다. 지금의 SW프로젝트라는 것은 한 업체가 도맡아 할 수가 없습니다. 바로 기술력을 가진 전문 업체들이 유기적으로 묶여야 하죠.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분업을 담당할 우수SW 업체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SW업계의 분업화를 만들 수 있는 풍토조성 조건 두 가지도 제시했다. “우선은 분야별 전문 업체를 육성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조건은 도면만 보고도 제품을 만들 수 있는 SW분야의 엔지니어링 시스템이 정착돼야 합니다.”
화두가 되고 있는 대중소기업 상생과 관련한 그의 생각은 확고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은 당연한 얘긴데 간단히 말해 큰 사람이 양보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물론 대기업과 전문기업이 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여유가 있으니 조금씩 양보하고 이끌어야 합니다.”
SW산업에 대해 박 부회장은 자신 있게 말했지만 한쪽으로 책임감의 무게도 느낀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SW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심각한 문제들이 생각 외로 많습니다. 바로 저와 협회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