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려면 단순한 숫자 놀음으로는 곤란합니다. 기술 변화 로드맵도 함께 그려야만 정확한 전망이 가능합니다.”
최근 IT시장조사 기관 유비산업리서치를 설립한 이충훈 사장(47)은 “시장조사 기관도 이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하량, 제조원가 등 마케팅 이슈만 쫓아가는 기존 관행으로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최첨단 산업구조를 제대로 해부하고 예측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꿈꾸는 시장조사 기관은 일종의 ‘컨버전스형 시장조사 기관’이다. 시장동향 데이터와 함께 IT산업 분야별 기술 로드맵을 총체적으로 제공하면서 산업의 상·하부 구조를 관통하는 혜안을 제공하겠다는 것.
“LCD TV산업을 전망하면서 패널 출하량이나 제조원가 등의 데이터만 활용하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LCD TV산업은 패널 생산 추이도 중요하지만 반도체, 전기회로 등 각종 IT·전자 기술의 발전 속도에도 많은 영향을 받으니까요.”
이 사장이 이처럼 기술 동향을 강조하는 것은 이미 디스플레이 산업현장에서 근무하며 기술변화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몸소 깨달았기 때문. 이 사장은 경희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 응용화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삼성SDI를 거쳤다. 지금은 유비산업리서치와 별도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재료와 장비를 개발하는 모디스텍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그가 시장조사 기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3년전 모디스텍을 경영하면서 모은 데이터와 시장 예측 자료를 OLED 전문 커뮤니티 ‘OLEDNET(www.olednet.co.kr)’을 통해 공개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취미 생활로 시작했지만, OLEDNET이 뉴스와 논문, 전문가 칼럼 등 OLED 정보 교류장으로서 독보적인 지위를 얻자 내친 김에 제대로 된 시장조사 기관을 만들어 보자는 결심을 굳혔다.
유비산업리서치는 이전의 OLED 전문 시장조사를 기반으로 하반기부터는 PDP·LCD 등 평판 디스플레이 분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휴대폰, 통신, 전자제품, 나노 기술 등으로 확대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유비산업리서치 설립을 기념해 처음으로 OLED 연간보고서를 발행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하반기부터는 반기 보고서도 정기적으로 발간할 계획입니다.” 이론과 현장을 두루 겸비한 이 사장은 현재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 겸임교수로도 활약중이다. 모디스텍과 유비산업리서치 대표로 ‘1인 3역’을 소화하느라 몸이 2개라도 모자라지만, 이왕 시작한 것 끝을 봐야 하지 않겠냐며 일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시장과 기술에 대한 입체적인 전망은 NPD그룹, 아이서플라이 등 세계적인 시장조사 기관도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전혀 색깔이 다르지만 정확한 시장조사 기관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