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만의 습관이 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물을 마신다든지, 식사를 하면 기필코 운동을 한다든지 제각각이다. 저마다 습관이 독특한 것 같지만 공통적인 측면도 있다. 워낙 많은 사람이 사는 세상이니 같은 습관을 가진 사람도 많다. 그래서 습관은 연구대상이었다.
19세기 프랑스 철학자 장 라베송몰리앵은 ‘습관론’이라는 책까지 썼다. 그는 습관을 ‘사람의 제2의 천성’이며 의식에만 존재한다고 갈파했다. 그에 따르면 사람의 지식을 포함한 의식은 행위를 통해 나오며, 의지를 가진 행위도 반복되면서 의지적 성격을 잃고 습관이 된다.
습관은 인간을 이해하는 좋은 수단이다. 기업 경영에서 습관에 대한 이해는 따라서 매우 중요하다. 구매 행위가 아무리 합리적으로 보여도 습관적인 경우가 많다. 그 메커니즘만 제대로 파악한다면 제품 판매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으며, 히트 상품을 기획할 수 있다. 습관은 미디어 기업에 특히 중요한 문제다. 미디어 기업들은 하루 24시간씩 똑같은 물리적인 시간을 가진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자기의 미디어를 노출시키려 애를 쓴다. 노출량만큼 광고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미디어 접촉이 습관이 되면 ‘만사 OK’다.
최근 인터넷의 등장으로 미디어 이용 습관이 크게 달라졌다. TV연속극 방영 시간에 맞춰 TV 앞에 앉거나 집에 일찍 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예약 녹화하는 사람마저 없다. 왜냐. 언제든지 인터넷으로 재방송을 볼 수 있으니까. 방송사로서는 인터넷이 골치 아픈 존재다. 인터넷으로 방송을 보는 사람이 많으니 시청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주 수입인 광고도 타격을 받는다.
최근 국내 TV 방송사들이 인터넷 업체들, 특히 동영상 사용자제작콘텐츠(UCC)업체들에 대한 법적 소송을 준비하는 것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의 산물이다. 방송사들은 그러면서도 대세를 거스르지 못하는 모양이다. 공동의 인터넷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보니. 습관의 조그마한 변화가 미디어, 특히 TV방송사에는 악몽이 되고 있다.
신화수 u미디어팀장@전자신문, hs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