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미디어포럼]IT산업, 봄날이여 영원하라

[u미디어포럼]IT산업, 봄날이여 영원하라

분명히 무슨 일이 있는 거다. 요새는 외국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전에는 뭐 좀 배우자고 문지방이 닳도록 들락거렸는데 좋은 시절이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소동파는 춘야(春夜)라는 시에서 춘소일각치천금(春宵一刻置千金)이라고 했다. 좋은 봄날은 순식간에 지나가기 때문에 느긋이 만끽하기에는 너무나 짧게 느껴진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우리도 좋은 봄날이 다 가고 있는가.

 2월 중순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3GSM에 가서 해외 정보통신사업자들의 약진하는 모습을 보니 그 실체를 알 것 같다. 그들은 디지털화·광대역화·유비쿼터스화라는 이동통신산업의 커다란 흐름을 완전히 가슴을 열고 흡수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북미와 유럽 전체가 3G 네트워크에 필이 꽂혀 돌아가고 있어서, 우리가 마치 시대에 뒤떨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기존 유무선 통신사업자는 물론이고 방송사업자·콘텐츠사업자·제조사들도 미래산업에서의 자기 자리를 차지하려고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문제는 이러한 경쟁이 자기네들 간의 싸움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럽·북미 등 세계 정보통신 시장은 현재 블록화가 진행 중이다. 이탈리아의 이동통신사업자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휴대폰으로 바르셀로나 3GSM에서 첨단 영상서비스를 보여주는 것이 좋은 예다. 유럽 전체가 데이터로밍이 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과 이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콘텐츠 산업이 블록화되고, 블록 간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동안 유무선 네트워크에서 우리와 격차를 보이던 구미 국가들이 우리와 동등한 수준의 네트워크를 보유하는 것이 눈앞에 다가왔다. 블록 간 경쟁이 끝난 후 우리에게 닥쳐올 콘텐츠 전쟁, 비즈니스 모델 전쟁에 우리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네트워크산업과 콘텐츠산업은 동반자적인 관계다. 3G와 같은 브로드밴드 네트워크를 채우려면 대형 콘텐츠 제작에 따르는 기획·제작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결국 메이저 콘텐츠사업자들이 시장을 장악하게 되는 결과가 예상된다. 즉 구미 IT산업의 블록 간 전쟁이 마무리되는 시기에는 3G 네트워크에 걸맞은 강력한 콘텐츠사업자들이 더불어 탄생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각 사업자의 이해관계를 떠나 하루빨리 차세대 네트워크로 이전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콘텐츠사업자의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지난 3월 1일 KTF는 3G ‘쇼(Show)’ 전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쇼에서는 영상전화, 영상회의, 고품질 동영상 등 각종 영상서비스와 메가바이트급 모바일게임, 영상뉴스 등이 제공된다. 지금까지 단순 의사전달만 하던 전화는 쇼를 통해 영상도 전달하는 일종의 콘텐츠 서비스로 격상된다. 영상전화가 아직은 약간 생소하지만 새로운 컨셉트의 콘텐츠 영역으로서 앞으로 무궁무진한 비즈니스 기회가 내포돼 있음을 의미한다. 생각을 해보자. KTF에만도 매일 약 1억4000만통 이상의 음성통화가 시도된다. 그중 일부만 영상전화로 바뀌어도 엄청난 콘텐츠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쇼의 넓은 대역폭과 USIM을 통해 그동안 모바일사업에서의 저변 확대에 한계가 있던 교육·쇼핑·증권·뱅킹 등 비즈니스 모델이 더욱 복잡한 산업들도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3G 네트워크를 통한 무선인터넷이 유선인터넷과 더욱 닮은 꼴을 갖춰 신규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목마른 유선인터넷산업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콘텐츠 전쟁 측면에서 보면 지금 우리나라는 강력한 토종 포털, 수많은 한류 연예인과 잘 팔려 나가는 드라마, 세계 시장을 넘보는 유선게임업체 등 밝은 미래가 약속된 듯하다. 그러나 콘텐츠산업의 궁극적인 경쟁력은 이러한 낱개의 잘 팔리는 콘텐츠들로 좌우되기보다는 결국 콘텐츠를 소비자의 단말기에 공급하는 배급과 유통에서 결정되리라고 본다. 개별 콘텐츠의 성공이나 현재의 각 사업자 이해관계를 떠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박인수 KTF IE사업본부장 iloveyou@ktf.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