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천하지대본! 세상의 바탕이 바뀐다.’ 머지 않아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늘 거기에’ 컴퓨터가 있을 것이다. 전자태그(RFID), 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USN), 와이브로 등이 광대역융합망(BcN)으로 묶이며 더욱 친숙하고 자연스럽게 통신망에 접속하는 유비쿼터스컴퓨팅 시대로 우리를 이끌어간다. 특히 차세대 인터넷 주소체계(IPv6)를 발판으로 삼아 거의 모든 사물에 인터넷주소(IP)가 부여되면 사물과 사물이 소통(M2M)하는 만물커뮤니케이션 세상이 실현될 것이다. 그 만물소통시대를 향해 빠르게 흘러가는 ‘거대한 조류(메가트렌드)’에 올라타기(래프팅) 위한 정책적 고민을 시작할 때다.
“첨단기술사회로 진입할수록 고감도 반응(high-touch reaction)이 일어난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츠가 베스트셀러 ‘메가트렌드’를 통해 열 손가락 중 두 번째로 꼽았을 만큼 거스를 수 없는 변화다. ‘웹2.0’에 UCC를 올려놓기, 3.5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에 ‘고속상향패킷접속(HSUPA)’을 더해 ‘고속패킷접속(HSPA: High Speed Packet Access)’ 구현하기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정보를 나누려는 노력들 모두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사이에서 ‘고감도 반응’을 일으키기 위한 조건이다. 구체적으로 ‘모든 종류의 통신과 방송이 융합된 품질보장형 광대역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끊김 없이 안전하게 쓸 수 있는 BcN이라는 배를 ‘대한민국 IT 세상’이라는 급류 위에 띄워야 하는 것이다.
이기주 정보통신부 전파방송기획단장은 ‘조금 과장하는 것’을 전제로 “물, 불보다 ‘전파’가 더 중요한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오는 2010년까지 1000만 가구에 구축할 100Mbps급 데이터를 보내는 유선통신망, 1000만명에게 제공할 1인당 1초마다 100만(1메가)비트씩 전송하는 무선통신망에 담길 ‘전파’가 만물이 ‘소통’하기 위한 필수조건(BcN)이라는 얘기다. 특히 유선통신망에 쓰일 전파(대역폭)로는 △인터넷(20Mbps) △고품질 음성·영상전화(2Mbps) △고화질(HD) 3채널 통신방송융합서비스(24Mbps) △유비쿼터스 홈네트워킹(8Mbps) 등 최소 54Mbps급 이상이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궁극적으로 ‘집까지 가는 광케이블(FTTH)’, ‘빠르게 데이터를 올리고 내려받는 HSPA’, ‘HSPA와 비슷하지만 데이터 전송 속도가 조금 느리다는 CDMA2000 1x EV-DO rA’ 등을 시장에 구현하도록 통신서비스사업자와 장비제조업체들을 어떻게 유인해낼 것인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일단 오는 2010년까지 국고를 동원하고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매년 7조원 이상을 BcN 구축작업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자본 유치 대상기업은 KT, SK텔레콤, KTF, LG데이콤, LG텔레콤, 하나로텔레콤, LG파워콤, SK네트웍스, 드림라인, 삼성네트웍스, KBS, MBC, SBS, EBS, 한국케이블TV협회 회원사, 스카이라이프, TU미디어, 삼성전자, LG전자, 코어세스, 다산네트웍스, 홈네트워크협회, 한국RFID·USN협회 등이다. 모두 90년대 이후 정부가 주도하고 조성한 IT 시장에서 주파수와 같은 국민 자산을 빌어 덩치를 키운 기업들이다. 이들에게 기존 정책기조대로 계속 투자 압력을 가할 것인지, 아니면 규제 완화를 통해 자율 투자환경을 조성할 것인 지가 새 시대를 향한 정책적 고민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변화에 부합하지 않는 늑장 정책이 차세대 통신서비스의 발목을 잡는다면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개방·공유하는 이용자 창의성도 함께 추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기고: 미래변화의 동력,IT
-노준형 장관 rjh@mic.go.kr
지난 98년 봄, 스탠포드대학생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그들의 작업창고에서 미래 경제를 좌우할 키워드를 찾기 위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그들은 ‘지식사회로의 전환’과 ‘지식들을 연계해주는 인터페이스의 가치 증대’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도출하고, 구글을 창업했다. 구글은 현재 시가총액이 1500억달러에 이르고, 지식기반 경제를 선도하는 대명사로 발돋움했다. 빌 게이츠도 “우리가 구글을 너무 과소 평가했다”라고 고백한 바 있다.
구글의 성공신화는 미래를 먼저 내다보고 과감하게 도전한 두 천재의 선견지명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처럼 미래에 일어날 커다란 변화, 즉 메가트렌드를 예측하는 것은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과 국가에게도 생존과 발전을 가늠하는 관건이다. 이러한 문제인식에 기초하여 정통부는 2003년부터 미래연구인 IT 메가트렌드 연구에 착수했다. 300여 전문가가 참여하고, 단행본을 100여 권 이상 출판하는 등 IT가 국가사회 전분야에 파급되어 우리의 삶의 방식과 정치·경제·사회·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가는 모습에 관한 귀중한 연구결과들을 축적해 오고 있다.
중세사회는 15세기 ‘금속활자기술의 도입’ 이라는 동인이 있어 과학과 이성적 지식에 기초한 근대사회로 전환될 수 있었다. 근대는 18세기 말 ‘동력기술의 발명’을 통해 현대 산업사회로 이행되었다. 그리고 인류는 20세기말 등장한 또 하나의 동인으로 21세기 들어 새로운 사회체계로의 전환을 경험하고 있다. 그게 바로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IT혁명이다.
대표적인 예가 ‘경계의 소멸’이다. IT의 발달은 원료, 제품, 인적자원까지 전세계적인 아웃소싱을 가능케 하여 국가간 영토의 벽을 허물었다. 1·2·3차 산업으로 분류되던 전통적 산업구조의 경계도 붕괴시켰다. 도요타, 델, 나이키 등 초일류기업들은 고객이 원하는 사양을 주문받아 개인 맞춤형으로 제품을 생산·제공하는 3차 산업과 2차 산업이 혼합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참여의 폭 확대로 일반인들도 영화·문학·스포츠 평론에 참여하여 전문가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들이다.
정통부는 향후에도 ‘미래변화의 힘’으로서의 IT가 정치·경제·사회에서부터 개인의 의식까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지속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참여·개방·공유라는 새로운 웹 환경에 발맞추어 모든 국민과 기업들이 미래에 대비할 수 있도록 그간의 연구결과들을 제시하고 국민의 좋은 아이디어를 수렴하는 소통과정을 거치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create it)’라는 말처럼 미래연구 결과를 지혜롭게 활용하여 모두가 능동적·주체적으로 대응한다면, ‘희망한국’으로 가는 길이 그리 험난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미래는 결국 우리가 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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