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파트너 서밋 2007`서 만난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

`시스코 파트너 서밋 2007`서 만난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

시종 넘치는 자신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주 열린 ‘시스코 파트너 서밋 2007’ 행사장에서 만난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의 모습이었다.행사 참가자들과 일일이 눈을 맞춰가며 자연스러운 손동작과 확신에 찬 말투로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의 미래를 제시했다. 시스코의 전략을 밝힐 때 그의 눈빛은 더 강렬했다. 인터넷 세상이 열린 이후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곧 IT의 미래였던 그의 발언도 여전했다.

본지와 가진 별도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 시장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챔버스 회장은 “네트워크 플랫폼화를 통해 10년 전 시스코가 예견한 네트워크 기술에 대한 비전이 맞는다는 것을 증명했다”라며 “우리의 목표는 시장 공략이 아니라, 고객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 아키텍처를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스코가 일반 엔터프라이즈 기업에서 소비자대상, 커머셜(SMB)서비스 업체로 변화했듯이, 이미 5∼7년 전부터 다양한 시장을 한데 묶는 새 투자를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으로 시스코의 제품 대부분이 차세대 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며, 이미 그런 위치에 와 있다고 자부했다.

-시스코는 이미 5년전부터 새 시장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5년 후엔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는가.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에 쉽게 접근하고 개인화가 가능한 다양한 장비들이 가득한 세상에 산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조직 구조의 변화, 기술 개발 가능성 등에 대해 언급만 하던 5∼6년 전의 시장과는 확연히 다른 현실이다. 미래에는 통합커뮤니케이션(UC)과 텔레프레즌스 (telepresence)기술로 다양한 협업이 가능해진다. 조직 구조는 물론 헬스케어, 교육 등 산업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시스코가 가장 큰 기대를 거는 제품은 텔레프레즌스다. 비즈니스는 물론 서비스 모델까지 변화시킬 혁신제품이기 때문이다. 시스코의 노력으로 사람들은 직접 이동할 필요성이 10∼20% 감소할 것이다. 기업들은 비용절감과 프로세스 속도 증가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직장에서 동료들 간의 협업이 필요해 재택 근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것도 바뀔 것이다. 3년 안에 텔레프레즌스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본다.

-네트워크 산업에 종사하면서 가장 경이로웠던 점은 무엇인가.

▲나는 고객과 직원들의 반응을 많이 접한다. 개인적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몇 가지 순간들이 있다. 먼저, 얼마나 기술 도입 속도가 빠른가 하는 것이다. 또 빠른 시장 전환 속도 역시 놀랍다. 그리고 협업 의존도의 증가도 놀라운 수준이다. 내 생각에 협업의 수준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다. 인터넷이 사람들이 초기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쓰이는 것과 같은 경우이다. 또 다른 한가지는 캐릭터와 아바타 사용의 확대다. 이런 혁신적인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네트워킹이다. 나는 네트워킹이 세상을 변화시킬 거라 믿는다.

-웹 2.0 시대에 접어들면서 소비자 중심의 시장이 열렸다. 시스코도 기존 고객 관리나 채널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지 않은가.

▲IT 역사를 살펴보면, 새 시장에 접근해 1∼2년내 1위를 차지하고 그 자리를 유지한 기업은 흔치 않다. 시스코는 12개 주요 제품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 1위다. 새 시장에 진입해 내부적인 혁신과 인수합병 및 파트너십을 통해 성장을 달성하는 시스코의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라고 본다. 중견·중소기업(SMB) 시장에 진입하면서 새로운 고객 접근 방법도 찾았다. 링크시스, 사이어티픽 아틀란타 등의 인수, 합병을 통해 소비자 시장에 대해 배우고 그에 맞는 정책도 수립했다. 시스코는 끊임없이 새로운 전략과 정책을 분석해 더 잘할 수 있는 방향을 연구중이다.

-시스코와 마이크로소프트(MS) 제품군이 점점 겹치는 등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시스코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어떤 전략이 있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강조되면서 시장 방향도 그쪽으로 간다. 따라서 시스코와 다른 IT업체는 물론 파트너사들의 비즈니스 영역이 겹치는 현상도 발생할 것이다. 특히 MS는 통합커뮤니케이션(UC)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시스코는 그동안 노텔, 루슨트, 알카텔 등 수많은 업계 강자들과 경쟁하며 시장에서 이기는 방법을 터득했다. MS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네트워크 기반인 UC 특성상 시스코가 이미 기술적 우위를 갖췄다.

시스코의 행보를 살펴보면, 지금 인터넷 세상에서 벗어났다. 이건 결국 시스코가 경쟁사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강조하는 개방형 아키텍처와 간편성 및 상호운용성 등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시스코는 전세계 채널 파트너사들을 믿는다.

-시스코가 UC와 같은 중소기업이나 로우엔드 시장에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시스코는 전통적으로 대기업 시장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 왔다. 중견·중소기업(SMB) 시장에 집중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변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기업 고객들은 라우팅, 스위칭, UC 등과 같이 다수의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한 회사를 신뢰하는 것이 당연하다. 게다가 시스코는 항상 변화에 앞장서 다른 어느 기업보다도 먼저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시장에 필요한 솔루션을 개발, 제공해왔다. 경쟁사들은 단지 시스코의 전략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해 줄 뿐이다. 빠른 변화에 적합한 전략과 계획을 실행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구체적인 SMB 시장 전략은

▲SMB 시장은 엔드포인트 제품보다 번들 솔루션을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다면, 결국 시스코와 채널 파트너 모두 엔드포인트 제품에 집중하기보다는 어떤 솔루션과 아키텍처를 제공할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중소기업들이 첨단기술을 도입하지 않은 것은 사용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왔다. 더 낮은 비용에 통합한 제품을 비즈니스를 위해 쉽게 사용하고, 어떤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지의 과제를 해결하면 중소기업 시장에서도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 기술 도입이 예상보다 빨리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시스코는 앞으로 채널 파트너들과 협력해 여러 개의 엔드포인트 솔루션 판매보다는 사용이 간편한 통합 아키텍처 형태로 중소 기업들에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다. 또 각 국가의 상황에 맞춰 보다 쉽게 다양한 기능들을 갖춘 기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시스코의 향후 변화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

▲내가 목격한 전환은 아주 서서히 이루어졌다. 가장 어려운 일은 시스코 직원들이 협업 모델에 익숙해 지도록 하는 것이다. 협업에 도움이 되는 특징을 파악하는 데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협업이 가능한 방향으로 제품이 설계되어야 한다고 엔지니어링팀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리더십의 위기를 무릅쓰고, 구성원 전원이 스스로 차이를 만들 수 있고, 자신이 결과물을 창출해 내야 하며, 스스로 조직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 그 결과, 이런 문화가 시스코에 완전히 자리잡아 가속이 붙게 됐다. 이런 문화는 시스코 차원을 넘어 앞으로 업계의 비즈니스 모델로 확산될 것이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

◆존 챔버스 회장은

챔버스 회장은 지난 95년에 시스코 CEO로 취임, 당시 12억 달러 매출에 불과하던 시스코를 300억 달러 규모의 회사로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지난해 연말부터는 시스코 이사회 회장직도 겸한다. 웨스트 버지니아 주립대학 출신으로 시스코에 합류하기 전에는 IBM과 왕연구소에서 일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시스코 성장에 본인이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그는 “공로를 인정받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아내가 (일한 데 비하면) 돈을 너무 적게 받는 거 아니냐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회사가 거둔 이익을 직원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 체임버스 어록

“덩치가 크다고 항상 작은 기업을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빠른 기업은 언제나 느린 기업을 이긴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속도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컨버전스 기술의 융합은 비즈니스 모델을 직원과 소비자들이 상호 교류할 수 있는 모델로 바꿨다.”

-2007년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논하며

“시스코의 성장 동력은 ‘고객은 언제나 행복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에 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텔레프레즌스 기술로) 거리 때문에 불가능했던 일을 처리하는 자연스런 의사소통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2006년 10월 세너제이­-홍콩 간 텔레프레즌스 장비를 시연하며­

“네트워크가 플랫폼이다.”

-2006년 인터롭 라스베이거스 콘퍼런스 기조연설 중 네트워크의 미래를 전망하며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