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법무지식으로 무장한 변호사가 최첨단 업종인 팹리스 반도체설계분야 사업에 뛰어들어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화제의 인물은 김대희 법무법인 대륙의 경영총괄 변호사(45). 지난 5일 팹리스 반도체업체인 에이로직스의 김주덕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 주식 130만주(32.5%) 및 경영권을 133억원에 인수키로 계약한 것. 지금까지 팹리스 상장사가 피인수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데다 인수자가 관련 업체가 아닌 변호사 개인이라는 점 때문에 향후 에이로직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쁜 일정으로 해외 출장까지 포기한 김 변호사를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만나, 향후 구상을 들어봤다.
-변호사가 기업경영, 그것도 전문분야인 팹리스 반도체설계분야에 뛰어든다고 해서 업계 관심이 매우 큰데, 인수 배경은.
▲다소 공허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삼성전자와 같은 큰 기업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현재 한국 산업구조 상에서 기존 방식으로는 어렵고, 이제 방법은 M&A 시너지를 활용하는 것 뿐이다. 이를 위한 자산운용회사도 지난해 설립해 놓았다. 이번 에이로직스의 경영권 인수는 그 시작이고, 조만간 유틸리티사업(지역열병합발전사업을 의미)에도 뛰어들어 IT와 유틸리티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높이며 사업 규모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유틸리티사업 진출을 위해 상장사인 에이로직스의 껍데기만을 활용하겠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아니다. 에이로직스는 우선 2개 반도체설계사업과 유틸리티사업 두 부문으로 나뉘어 운영될 것이다. 반도체설계사업 부문은 기존 김주덕 사장이 그대로 담당한다. 회사명도 그대로 에이로직스로 가고 직원들에 대한 고용승계도 이뤄질 것이다. 조만간 유틸리티사업 부문 및 회사를 총괄할 CEO를 임명할 계획이며, (본인은) 에이로직스 이사회의 의장을 맡아 큰 방향에 대한 중요한 결정만을 할 것이다. 정보통신부·삼성전자·SKT 등 IT분야에서 고문변호사를 맡으며 IT에 대한 이해를 넓혔고, 인맥도 풍부하다. 반도체설계 업종은 지금에서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금과 세트업계와의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것이다. 특히 M&A를 통해 팹리스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IT와 유틸리티 결합이라는 표현이 좀 막연한데.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자동도시가스검출·위험에 대한 정보전달시스템 등이다. 물론 기존 사업에 대한 지속 투자도 병행할 것이다. 에이로직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무선CCTV카메라 모뎀 및 관련 칩·무선통신기술용 시스템 온 칩 등을 기반으로 사업화할 수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적극 발굴해 나갈 것이다. 또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소유한 기업들 간의 M&A를 통해 사업화 모델을 다각화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한 자금조달 계획은 이번 주로 예정된 약 400억원의 증자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발표할 것이다.
-변호사 경험이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 크게 도움이 안된다고 본다. 하지만 변호사는 현재의 내 직업일 뿐이고, 나는 대학시절부터 사업가를 꿈꿔왔다. 경영학을 전공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에 에이로직스 경영권 인수 공시가 나간 후 몇몇 언론에서 변호사 출신 경영자에 대한 조망 기사가 나왔는데 나를 기존의 변호사CEO들과 동일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돈을 직접 투자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내가 처음인 것으로 안다. 로펌 운영 뿐 아니라 사업가로서도 뭔가 보여줄 것이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