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 10개사 상장폐지 사유 발생.’ 신문을 보던 김대박 과장(39)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미 재작년에 상장폐지 처분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그였다. 이 회사가 ‘회사 정리절차를 신청했다는 이유만으로 상장폐지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다른 기업에 인수될 가능성에 대한 보도도 잇따르는 등 회생 가능성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자본전액 잠식이라는 또 하나의 상장폐지 사유가 추가되면서 김 과장은 걱정에 휩싸였다.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는건가? 휴…” 한숨이 깊어가는 김 과장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정리매매 기간, 최대한 빨리 매각하라=전문가들은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경우 주식 가치가 거의 없다며 정리매매 기간에 매도하기를 권했다. 지난 달 30일자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이 기업은 이의신청이 없을 경우 정리매매 예고 기간을 거친 후 7거래일간 정리매매 절차가 진행된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안병국 차장은 그에게 “정리매매 기간에 빨리 처리해서 투자금을 조금이라도 건지는 게 최선”이라며 “정리매매 기간 이후 이뤄지는 장외매매에서는 거의 거래가 없어 처분이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에는 상·하한가 가격 제한폭이 없어 하루 80∼90% 폭락하기도 하기 때문에 서둘러 매도하는게 그나마 손실폭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것.
◇재상장을 노려라=김 과장은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증시 퇴출 기업이 재상장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 박동명 차장은 “지난해 ‘애강’이 상장폐지 5년만에 코스닥에 재상장됐듯 이 기업에게도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확률적으로 희박한 상황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재 엠비메탈, 동양강철 등 상장폐지됐던 기업이 재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폐지 후 재상장을 추진하는 것에 특별한 제한은 없다”고 밝혔다. 특히, 상장폐지된 후 3년내 재상장을 추진할 경우 유상증자 제한 규정과 최대주주 및 5% 이상 지분보유자의 지분변동 제한 규정은 적용받지 않아 신규 상장보다 상장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리 파악하는 게 정답=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 잃기 전 외양간 단속’이다. 전문가들은 상장폐지를 예고하는 ‘시그널’을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자본금 만큼 이익을 못내는 ‘납입자본회전율 1회 미만’의 기업은 투자 유의해야 한다”면서 “유동부채규모 지나치게 많은 기업 등 기본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투자 종목을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박 과장은 우량종목, 가치주를 선택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투자법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주변 사람들 말만 믿고 덜컥 거금을 묻어둔 자신의 투자 행태를 돌아보며, 앞으로는 ‘교과서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전문가들의 조언을 가슴에 새겼다.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신규상장과 재상장 요건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