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최근 차세대시스템 개발에 나서면서 대규모 정보수명주기관리(ILM:Information Lifecycle Management)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키로 최종 확정, 국내 다른 금융기관으로 확산되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정보수명주기 기반 전사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하고 테스팅 단계인 1단계 사업을 마치고 최근 본사업인 확산사업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ILM이 정보기술(IT) 업계 화제로 떠올랐지만 실제로 대형 금융권이 ILM을 도입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사관리 방법론으로 시선=ILM이란 기업 내 정보(데이터)를 유효기간·활용도·보존가치 등에 따라 분류해 저장 및 폐기하고 필요할 때 곧바로 찾을 수 있도록 한 데이터 관리 기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 때문에 여러 기업이 관심을 가졌지만 전사 차원의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업계 내외에서 반신반의해 왔던 게 사실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삼성화재가 가동하고 있는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고객관계관리시스템(CRM) 등의 정보를 기업이 정한 내부방안과 각종 금융 관련 법에 맞게 저장하고 이용·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폭증하는 데이터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 △총소유비용(TCO) 절감 △데이터의 비즈니스 활용도 향상 및 마스터 데이터 관리 등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됐다.
프로젝트는 삼성화재의 차세대 시스템 개발팀과 삼성SDS가 총괄 지휘했으며 한국IBM과 ILM 전문 서비스업체인 프리샛 등이 참여했다.
일단 삼성화재 내부에서도 이번 프로젝트에 관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차 프로젝트를 마친 뒤 삼성화재 기획팀은 ILM 프로젝트를 올해 기업 혁신 테마 중 하나로 꼽고 전사 확산 작업에 들어갔다.
◇금융권 ILM 도입 ‘물꼬’=삼성화재의 ILM 도입으로 금융권의 ILM 프로젝트의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은행·보험·증권업계 등이 잇달아 차세대 프로젝트를 발주하면서 이와 동시에 삼성화재 ILM 프로젝트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형 은행과 증권업체들이 삼성화재와 유사한 ILM 프로젝트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이는 금융 환경의 급변과도 맞물려 있다. 최근 발효한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금융 거래기록의 체계적인 생성 및 보존 연한에 관해 의무적으로 보관토록 하고 이용자의 거래 내용 요청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 조만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금융권은 은행·보험·증권·투자 등 금융업무 장벽이 허물어지는 소용돌이도 맞이하게 된다. 금융업체 간 인수합병(M&A)도 활발해지고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권은 ILM 프로젝트를 ‘기업 정보의 자산화 과정’이라고 해석하고 있다”면서 “자본시장통합법 등으로 더욱 빠른 시간 내 파생상품을 내놓고 통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갈수록 중요한데 ILM이 이의 방법론으로 꼽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