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통 해외진출, 민관협력이 중요하다

 SK텔레콤이 10일 분당에 있는 SK텔레콤 액세스기술연구원에서 원자바오 중국 국무원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TD-SCDMA 테스트베드 개통식을 가졌다. 중국 3세대(G) 이동통신 표준규격인 TD-SCDMA 방식 테스트베드가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의 협력으로 국내에 들어선 것은 한중 간 통신협력이 한 단계 격상됐음을 의미한다. 특히 한중 수교 15주년을 맞는 시점에 방한한 원자바오 총리가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TD-SCDMA 개통식에 참여한 것은 한중 통신협력의 현재와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국내 업계에 매우 희망적인 소식이다. 그는 SK텔레콤의 3G 테스트베드 시설을 둘러보고 중국 현지의 왕쉬둥 신식산업부 부장(장관)과 영상 통신을 시도, 우리의 이통 기술에 대해 높은 신뢰감을 나타냈다. 이 같은 성과는 그동안 SK그룹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중국 정부 및 현지 통신사업자들과 공고한 협력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물론 이번 원자바오 총리의 SK텔레콤 방문이 국내 업체들의 중국 3G 통신망 구축 사업 참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중국 이통 사업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단말기·콘텐츠·장비 등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업체들이 중국 3G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은 높다. SK텔레콤의 중국 진출 전략이 한중 간 통신 협력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SK텔레콤의 이번 TD-SCDMA 테스트베드 개통은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이동통신업계에도 귀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화 상태에 이른 내수 시장을 놓고 이전투구식 가입자 유치 전쟁을 펼치기보다는 해외 시장에 눈을 돌려 글로벌 통신 사업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게 이통사업자들에게 시급한 과제다. 물론 국내 이통 사업자들도 그동안 몽골·미국·베트남 등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 일부 성과를 거두기는 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외국의 유명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이 인도·아프리카·남미·호주 등 신흥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높이고 있는 것을 더는 귓등으로 흘려들어선 안 된다.

 이번에 SK텔레콤이 중국의 국가표준인 TD―SCDMA 방식의 테스트베드를 구축한 것은 중국 등 신흥 시장에 적극 진출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한 것으로, 국내 통신사업자에게도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그동안 우리 통신 업계가 3G 기술 개발과 망 구축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라면 해외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지레 겁먹을 필요없이 차근차근 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이동통신업체가 중국 등 신흥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민간 차원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의 외교적인 지원 없이는 해외 통신 사업은 성과를 내기 힘들다. 특히 중국·인도 등 신흥 시장과 아프리카·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통신사업을 추진하려면 정부의 외교적인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국빈 방문 등 정상외교, 정부 기구 간 친선관계 확대, 정부의 개도국 자금 지원 등 정부의 노력이 민간의 해외 진출 의지와 결합돼야 비로소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국내 통신사업자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수 있는 민·관 협력체계가 더욱 공고하게 구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