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SW) 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각 기업들의 제품 개발 노력과 적절한 해외시장 공략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나아가 정부 및 공공기관들이 기회를 열어줘 내수 시장에서 기반을 다지도록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국내 SW업체들이 공공 시장에서 자리를 잡게 되면 민간 부문서도 경쟁력을 갖춰 생존법을 익힐 수 있다.
◇정부·공공기관 오픈 마인드 필요하다=정부는 초대형 SW 육성 과제사업인 SW플래그십 프로젝트를 마련, 1000억원 규모의 대형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SW플래그십은 정보통신부가 SW분야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 성공적인 모범사례를 마련, 항공용 컴퓨터 시스템, 공개SW기반 대형 인터넷 서버 등 2개 과제에 각각 500억원씩 투입하는 대형 연구개발 사업이다.
특히 최근 항공산업은 각종 전자장비와 SW 교체를 통한 최첨단화 능력이 항공분야 기술력을 결정하고 있고, 많은 부가가치도 창출하고 있다. 정부·업계는 대규모 시장 파급력과 활용 가능성, 우수 인력 양성 등을 포함 다양한 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항공SW 개발을 통해 해외기업에 지불한 T-50의 SW기술 용역비 상당부분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제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중심으로 한국국방연구원(KIDA)·MDS테크놀로지·코츠테크놀로지·도담시스템즈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 고등 훈련기 T-50과 차세대 항공기에 탑재할 관련 SW의 토털 솔루션을 개발하게 된다.
향후 KF-16 전투기 기능개선과 차세대 국산 전투기 개발 SW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초음속 항공기의 두뇌와 신경에 해당하는 핵심 시스템인 주컴퓨터(작전 수행을 위해 항공기 전체를 제어하는 중앙 컴퓨터)와 무장관리 컴퓨터(무기사용을 제어하는 컴퓨터)의 기술 확보를 위한 것이다.
시군구 행정정보화 사업도 좋은 예다.
지난 2005년 9월부터 지난해까지 1년여 동안 정부는 시군구 행정정보화 사업 관련 SW를 17개 선정했으며, 이 가운데 국산이 13개다. 74%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국산 SW업체들은 지방자치단체 행정정보화 사업을 통해 다양한 SW분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관계자는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웹서버 등의 SW는 국산 경쟁력이 외산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통부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주요 중앙행정기관과 직할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부처별 국산 SW 사용현황’에 따르면, 주요 기관 중 국산 SW 비율이 가장 높은 기관은 금융감독위원회로 나타났다. 전체 SW 구입금액 4억7800만원 가운데 75.2%인 3억6000만원이 국산이다. 국세청은 지난 96년부터 90억여원어치를 투자, 가장 많은 국산 SW를 도입했다. 또한 과학기술부와 기획예산처는 각각 860만원과 3400만원 어치의 SW를 구매, 상반기 전체를 국산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공공 시장에서 꽃을 피운 솔루션=열악한 공공 시장에서 뚝심을 발휘, 성공한 SW업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한결같이 범용 제품이 아닌 특화 제품으로 승부수를 뛰운 공통점을 갖고 있다.
솔리데오시스템즈(대표 김숙희)는 행정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대표적 업체. 이 회사는 많은 중소기업이 무너졌던 IMF시절부터 행정정보화라는 특화 영역 개척에 매진, 남다른 사업수행 능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인정 받았다.
특히, 통합뷰어 솔루션 ‘아키뷰웹(ArchiViewWeb)’은 공공, 민간 정보화 시장에서 지속적인 혁신 마케팅 활동에 초점을 둠으로써 기술력을 높이 평가 받았다. 아키뷰웹은 웹 또는 클라이언트서버(CS) 환경에서 다양한 디지털 파일을 원본 저작도구 없이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EDM·DMS·PMIS·PLM 등의 솔루션과 결합, 필요한 문서·도면·이미지 정보를 확인하고자 할 경우 웹 브라우저를 통해 곧바로 해당 문서 및 도면을 볼 수 있다.
압축 및 암호화 된 파일의 미리보기 기능은 독자 특허기술을 적용해 디스크 용량 절감효과 및 네트워크 상에서 데이터 보안까지 제공하며, 다양한 정보화 사업에서 강력한 커스터마이징 기능도 지원한다. 이 제품은 지난 2002년 출시 이후 건축행정 정보화, 자치단체 자료관 사업, 식약청 전자문서관리시스템, 소방본부 긴급구조시스템, 대학시설정보화 사업 등에 적용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솔리데오시스템즈는 기업, 기관의 경영환경이 고도화됨에 따라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이 경쟁력으로 부상하자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시스템을 활용해 조직내 정보를 빠르고 체계적으로 운용해주는 ‘이지다스(ezDAS)’를 LG엔시스와 공동 개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직 공공기관 행정정보화 BI사업이 초기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이지다스를 기반으로 건축, 주택분야 통계분석시스템을 서울시와 부산시에 구축했으며, 향후 지자체 행정정보화 BI사업의 근간이 될 60억원 규모의 행자부 ‘시도 데이터웨어하우징(DW) 솔루션 사업’에서 이자다스가 OLAP분야 SW로 선정됐다.
한국공간정보통신(대표 김인현)은 독자 개발한 지리정보시스템(GIS) 엔진 ‘인트라맵’을 앞세워 국가 주요 프로젝트부터 일반 산업부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가지리정보유통체계(NGIS), 한국토지정보시스템(KLIS), 토지종합정보망(LMIS) 등 국가 주요 GIS 및 전략 수립 컨실팅 수행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또한 한국공간정보통신은 지난 5일 건국대, 한성대 연구원 그리고 20여개 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07 GIS업체 인트라맵 제품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사장은 “공공부문 국산 SW의 구매 확대추세와 공공부문 GIS 투자 확대로 인한 기존 GIS시스템 교체 추세에 발맞춰 고객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맞춤형 기능 구현과 신속하고 정확한 기술지원과 유지보수에 강점을 지닌 인트라맵을 소개하고, 향후 유용한 시스템 개발과 활용에 대한 정보를 국내 업계 관계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이번 교육을 실시했다”라며 “앞으로도 우수한 기술을 알리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최대 SW기업인 티맥스소프트(대표 김병국)도 역시 공공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티맥스의 WAS 제품 ‘제우스’는 정부 중앙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공사, 각급 학교 등 다양한 공공기관에 도입되고 있다.
작년에는 교육인적자원부 지방교육재정사업을 비롯해 육군본부 통합 정보관리소, 육군 지상전술 C4I체계 구축사업과 법무부, 법원, 경찰청 등의 형사사법 통합 정보체계 구축사업, 행자부 행정정보공유기반 시스템, 기상청 종합 기상정보시스템 등과 같은 대규모 사업에 제품을 공급하며 지속적으로 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업무프로세스관리(BPM)/엔터프라이즈애플리케이션통합(EMI) 시장에서도 작년에 출시한 ‘비즈마스터 4.5’를 앞세워 시장 선두인 핸디소프트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공공시장에서 대표 전력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의 ‘발전소 고장정비 프로세스관리 시스템’사업을 비롯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의 NTIS 사업,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전자인사관리 시스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통합정보시스템, 관세청 관세행정 정보시스템, 증권예탁결제원 IS 관리시스템 등의 사업에 비즈마스터 4.5를 제공했다.
이외에도 다수의 사업에 제품을 공급해 성공적으로 구축을 끝냈거나, 개발 진행을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작년 티맥스는 BPM/EMI 사업을 통해 70억∼80억원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13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와 함께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 ‘프로프레임’의 경우 SK텔레콤 NGM, 신한은행 뉴 뱅킹 시스템 등의 성공에 힘입어 교육인적자원부,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공공분야로도 활발히 공급하고 있다.
메인프레임 리호스팅 솔루션 ‘오픈프레임’도 민간 분야인 삼성생명, LIG손해보험의 기간계 시스템 다운사이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냄으로써 공공기관에서 도입 검토가 있따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과제와 전망=정부 및 공공기관들이 자발적으로 국산 SW 구매를 늘리며 틈새시장을 열어주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대량의 SW를 구매하는 기관에서는 외산의 비중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지자체 행정정보화 사업에서 국산 SW가 선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등 핵심 SW분야에서는 아직도 오라클, 사이베이스, BEA 등 외산의 힘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주요 SW분야에서 국산이 밀리는 원인은 제품 성능이 아니다. 국내 업체간 과열경쟁이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고 업계는 진단하고 있다. 또한 막연히 국산을 불신하는 사용자 인식도 개선이 필요하다.
SW업계 한 관계자는 “DBMS 등의 SW는 오라클이 전 세계적으로 지배력이 큰 탓에 역부족이라 할 지라도, WAS, 웹서버 등의 분야에서는 국내업체들끼리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김숙희 솔리데오시스템즈 사장도 “국내 SW업체들은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외산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범용 SW가 아닌 특화된 SW 혹은 임베디드 SW를 개발해 틈새 시장을 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희재기자@전자신문, hj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