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가 ‘콜’을 외치자 주황색의 피존(사격용 표적)이 푸른 창공을 날아오른다. ‘탕’ 하는 총성과 함께 피존 은 산산이 부서진다. 푸른 자연 속의 한없는 해방감과 명중의 쾌감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지난달 램리서치코리아에 근무하는 한아름씨는 난생 처음으로 샷건(산탄총)을 쏴 보았다. “총은 영화에나 나오는 물건인 줄 알았는데 직접 쏴보니 짜릿한 충격에 일상의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네요.” 처음 해보는 사격이라 총과 맞닿은 얼굴이 빨갛게 부어 올라도 한아름씨는 신을 내며 말한다. 사실 사격만 초보일 뿐 한아름씨는 사내에서도 유명한 스포츠 마니아다. 아니나 다를까, 몇 번 해보더니 명사수가 따로 없다.
이날 한아름씨를 포함한 15명의 스포츠 마니아가 클레이 사격을 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에 모였다. 이들은 모두 램리서치코리아의 사내 익스트림스포츠 동호회 ‘에코챌린지’의 회원들이다.
원래 에코챌린지는 2년에 한 번 열리는 국제적인 익스트림 스포츠 대회로 사막 횡단, 아마존 통과, 극지 생존 등을 4명의 혼성 팀을 결성해 체험하는 경기다.
“동호회 이름인 에코챌린지는 다양한 스포츠를 동료들과 함께 즐기자는 취지에서 정했습니다. 바쁜 직장생활이지만 한 달에 한번 빠지지 않고 모두 자연인이 됩니다. 뜻이 맞는 회사 동료와 이것저것 기웃거리는 동안 회원이 늘게 된 게 벌써 20명이 넘었습니다.”
에코챌린지 회원들은 이색스포츠라면 뭐든지 도전한다. 특정 스포츠를 고집하지 않고, 강으로 산으로 향한다. 여름에는 래프팅·원스키·웨이크보드 등의 수상 스포츠를 즐기고 겨울에는 주로 스키를 탄다. 또 스킨스쿠버나 번지점프 같은 소모임을 통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매번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종목을 정하는데 모두 수렴하려면 한 달에 한 번으로는 모자랄 지경입니다.” 총무 최상혁 사원은 행복한 푸념을 늘어 놓는다.
동호회장인 신동옥 박사는 “같은 회사에서 생활을 해도 업무상 떨어져 활동하는 일이 많은데 동아리 활동을 통해 취미도 함께 하고 동료애도 돈독히 할 수 있다”며 “일이 아닌 스포츠를 구심점으로 모이기 때문에 회사 내의 상하관계보다는 대등한 동료로서 인간관계가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에코챌린지는 이제 회사 내에서도 너무 유명해져 정회원뿐 아니라 다른 사원들의 참여 요청이 이어지고 있어 입회 시험을 치러야 될 지경”이라며 동호회장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램리서치코리아는 에코챌린지 외에도 직원들 대부분이 동호회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 현재 요가·사진·여행·공연관람·재테크 등 10여개의 동호회가 운영되고 있으며 회사 측에서는 동호회 활동비 지급 등을 통해 사원들의 여가 생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램리서치는 반도체 에칭분야에서 6년째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글로벌 반도체장비업체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