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대구시의 기업 유치 전략이 겉돌고 있다.
고도의 전략이 필요한 기업연구소 투자유치도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최근 대구시와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은 오라클 본사 관계자와 만나 오라클 연구소의 일부 기능을 대구로 유치하는 것과 관련한 공동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최근 한국오라클과 KAIST는 ERP 구축 및 공동연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이 협약에는 연구소 설립에 관한 논의는 빠져 있지만 연구소의 KAIST 설치를 내부적으로 확약, 분야를 선택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대구시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연구소 대구 유치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구시와 DGIST는 해당 기업의 수요에 따른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사실 대구시와 DGIST는 KAIST와 오라클 간 MOU가 있다는 사실조차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라클과의 향후 추진일정에 대해서는 서로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떠넘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들여놓은 연구소마저 이전할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대구시와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이 지난해 수도권에서 유치해온 모 IT기업이 대구시의 무관심과 방치상태에 가까운 처신에 불만을 품고 철수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지난해 말부터 추진해온 현대자동차 연구소 유치도 진척이 없다. 이 때문에 첨단 기업연구소 단지로 조성하려는 대구테크노폴리스에는 DGIST와 국립대구과학관 외에 연구소 이전을 확정한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최근 지역 내 연구개발(R&D)의 활성화를 위해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관련 사업을 위한 국비 요청을 준비 중이다.
“사탕발림으로 유치해 놓고는 지자체가 해 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처음에 약속한 것만이라도 지켜줬으면 좋겠는데….” 대구로 연구소를 이전한 한 기업체 연구원의 말이다.
이미 유치한 기업뿐만 아니라 들여올 기업에 대해 차별화된 전략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해서는 기업 연구소 유치는 고사하고, 있는 기업마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을 해당 업무 담당자들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대구=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