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 영국·이탈리아 해외조사 보고서’는 IPTV 상용서비스를 제공 중인 영국과 이탈리아가 융합서비스와 관련해 정책(진흥)기구와 규제기구의 역할을 분리해놓고 있는 점을 중시했다. 관련기구 간 법령·인사·협의체 운영 등을 통해 업무조정이 체계화돼 있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영국과 이탈리아가 앞서서 IPTV를 도입해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규제기구가 정비돼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상용화된 IPTV 서비스는 비즈니스 모델, 네트워크 구성, 콘텐츠 공급 등이 다양했고 규제기구 역시 융합서비스에 대한 규제완화를 통해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이에 앞서 국회 방통특위는 지난달 25일부터 일주일 동안 홍창선·이은영·유승희·김현미 의원(이상 열린우리당)과 차명진 의원(한나라당) 등으로 ‘유럽팀’을 꾸려 영국과 이탈리아 현지에서 IPTV서비스 동향을 직접 파악했다.
◇규제기관 통합 완료=영국은 정책을 무역산업부(DTI)와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가 담당하고, 규제는 오프컴(OFCOM)이 맡는 형식이다. 통신정책을 담당하는 DTI와 방송정책을 소관하는 DCMS가 공동으로 입법하면, 오프컴이 규제기관으로서 면허부여와 법적의무 등의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DTI 관계자는 두 부처 간 갈등이 적은 이유에 대해 “산업계 요구가 두 개 부처의 협조를 원하고 있고, 두 부처의 장관과 공무원도 협력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는 통신부(MOC)가 방송법과 통신법을 모두 관장하고 있으며, 시장을 규제하기 위해 통신규제위원회(AGCOM)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IPTV 다양한 모델로 시도=영국에서는 브리티시텔레컴(BT)이 ‘BT비전’과 ‘BT무비오’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BT비전’은 50여개의 무료 디지털지상파 방송을 제공하는 ‘프리뷰’ 셋톱박스에 VoD 중심의 양방향 서비스 기능을 추가해 제공하는 것이다. VoD는 두 장소에서 동시에(simultaneous) 받아볼 수 없기 때문에 방송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BT무비오’는 4∼5개의 방송채널을 모아서 이동통신사업자인 버진 모바일의 무선망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방송법상 무선 멀티플렉스에 의한 이미지 전송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을 통해 서비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그러나 방송법·통신법·무선법이 모두 적용되고 면허도 필요하다.
이탈리아에서는 텔레콤이탈리아(TI)가 최근 20Mbps 속도로 ‘앨리스 홈TV’를 제공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상파는 방송하지 않고 뉴스·스포츠·영화·음악·페이퍼뷰(PPV) 등을 제공한다. 특이한 점은 경쟁력 있는 콘텐츠 제공을 위해 1억 유로를 주고 위성방송 스카이로부터 축구 콘텐츠를 구매하고 있었다. 콘텐츠 규제는 문제가 제기되면 AGCOM이 조사하는 사후규제 방식이다.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영국과 이탈리아는 주어진 네트워크와 사업환경에 맞춰 ‘IPTV+지상파’ ‘IPTV+위성·PP’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규제기관이 정리되고, 관련 정책이 정비돼 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국가 간 차이가 존재하므로 해외 사례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으나 기구통합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신규 서비스에 대한 규제완화 필요성을 공유했다고 기술했다.
해외조사에 동행했던 정부의 한 관계자는 “유럽에는 다양한 서비스 모델이 있기 때문에 IPTV를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하기가 어려웠다”며 “우리나라도 IPTV 도입방안을 만들 때 다양한 형식이 나올 수 있음을 감안해 KT 등 한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만 놓고 규제 틀을 짜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