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인터넷전화를 이야기할 때면 90년대 후반에 등장한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가 빠지지 않는다. 다이얼패드는 인터넷 망을 이용해 무료로 전화를 할 수 있었던 첫 서비스로 당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러나 무료라는 장점이 떨어지는 통화 품질과 전화를 하기 위해 컴퓨터를 켜야 하는 불편함을 커버하지 못하며 사용자에게 불신만 남겼다.
지금은 어떨까? 일단 인터넷 전화에 기본적인 원리를 아는 것이 좋겠다. 인터넷전화는 크게 PC에서 PC로, PC에서 일반 전화나 휴대 전화로, 일반 전화와 사용 방식이 같은 IP 기반 전화기 사용 방식으로 나뉜다. PC에서 PC로 거는 인터넷전화는 인터넷 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당연히 통화료가 무료다.
그러나 PC에서 일반 전화나 휴대 전화로 걸 때는 전화망을 이용하게 되므로 망 사용료로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도 일반 전화보다 요금은 훨씬 싸다. 시내·외 요금이 동일하고 특히 망 사용료만 내면 되기 때문에 거리에 제한이 없고 특히 국제 전화비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형태에 따라서는 소프트폰과 하드폰으로 나눌 수 있는데 PC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인터넷을 이용하는 방식을 소프트폰, 전화기 자체에 랜선을 꽂아 쓰는 방식을 하드폰이라고 부른다.
초창기 인터넷폰이 성공하지 못했던 가장 큰 요인은 통화 품질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전화를 하기 위해 PC를 켜야만 했던 불편함이 컸다. 돈을 내더라도 필요할 때 곧바로 전화를 거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었기 때문에 소프트폰은 그다지 인기를 얻지 못했다.
하드폰이 등장하면서 초창기 소프트 인터넷폰의 불편함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 내부 전송 방식이야 어쨌건 일반 전화와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PC를 켤 필요도,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을 머리에 두를 필요도 없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인스탯이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인터넷 전화 가입자는 2006년 4분기 기준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섰다. 3분기에 900만 명을 돌파한 것을 감안하면 한 분기 약 100만 명 이상이 인터넷전화를 추가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100만 명 중 소프트폰 기반의 가입자 수는 스카이프(www.skype.co.kr)를 제외하곤 거의 바닥을 치고 있다는 것. 스카이프는 전 세계에 1억7,10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세계 최대 인터넷전화 업체다.
인터넷전화를 사용하면서 기존 PSTN 방식의 전화 서비스를 끊어버리는 비율은 전체의 61%로 이 중 76%가 하드폰을 쓰는 사람들이다. 하드폰을 사용자가 국제 전화를 쓰는 비중은 약 6%. 국제 전화가 전체 통화 유형의 52%를 차지하는 소프트폰과는 무척이나 대조적이다.
이 같은 통계 결과는 지금까지의 통화 습관을 쉽사리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값 싼 요금보다 기존 통화 습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 업계 전문가들은 “스카이프를 제외한 나머지 소프트폰 업체가 가입자 유치에 실패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값 싼 요금’만을 강조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스카이프의 경우 일반 전화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하드웨어 제조업체와 협력, 헤드셋에서 USB폰, 다시 한걸음 더 나아가 PC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스카이프를 쓸 수 있는 무선 와이파이폰이나 아예 일반 휴대폰과 스카이프를 한꺼번에 쓸 수 있는 일명 듀얼폰 등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와이파이폰을 활용하면 무선 AP나 공유기가 설치된 곳에서 마치 휴대폰처럼 인터넷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스카이프 전용 번호를 따고 일반 전화로 스카이프 계정으로 전화를 걸 수 있는 ‘스카이프 인’같은 서비스는 소프트폰의 한계를 넘었다는 평가다.
스카이프의 배동철 이사는 "저렴한 요금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쓸수있도록 지속적으로 편한 기기들을 제공하고 있다는 게 스카이프의 성공 비결"이라며 소프트폰의 한계를 넘어 사용 기반을 확장해놓은 상태에서 언제든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하드폰의 강점까지 확대해 나간 것을 큰 특징으로 꼽았다.
이베이 및 옥션 등 온라인 마켓과 연동한 판매자 무료 통화 서비스도 좋은 예다. 온라인 쇼핑을 하는 도중 인터넷전화로 상담원에게 상품 상세 정보를 듣거나 영상 전화로 제품을 살펴볼 수 있는 것. 특히 전 세계 음식점, 숙박업소, 관광지 등 위치 정보와 회원의 체험기를 제공하는 스카이프 파인드도 반응이 좋다.
스카이프 소프트웨어의 완성도가 높고 사용자가 많기 때문에 관렴 모임도 많다. 국내에선 영어 학습과 관련된 모임이 대다수다. 약 2700명의 회원 수를 보유한 ‘스카이프 영어회화스터디(cafe.daum.net/skypee)’는 스카이프 인터넷전화를 통해 영어 토론을 벌이거나 외국에 있는 영어 사용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한다.
이 모임에 가입되어 있는 대학생 박 모군(24)은 “모임 게시판에서 토론 주제를 정하고 인터넷전화로 회화 공부를 한다”며 “영어권 지역에 사는 다른 나라 친구들과는 각자 나라의 뉴스 속 사진을 보여주며 상황을 설명하고 영어 표현을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소프트 기반 인터넷폰은 통신 요금을 무기로 삼을게 아니라 기존 콘텐츠와 인터넷전화를 접목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거나 하드폰과 비슷한 수준으로 사용성을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쇼핑저널 버즈: 한주엽 기자 powerusr@ebuz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