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받지 않고 국제 네트워크(웹)에 참여해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웹 2.0’ 환경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기업, 국가 등이 기획해 어느 정도 내용을 통제한 콘텐츠를 믿고 쓰기만 하던 사용자들이 개인적 관심·선호에 따른 창작물(UCC)을 ‘웹 2.0’ 위에 쏟아내는 것이다. 이처럼 UCC가 지극히 자연적·우발적으로 국제 네트워크(웹 2.0) 위에 올려져 범람하듯 세계로 퍼지면서 정책적 고민이 깊어진다. 궁극적으로 ‘UCC 시장 활성화와 저작권 보호’라는 양립하기 힘든 문제를 끌어안은 것이다. 웹 2.0 환경에서 UCC와 같은 관심거리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기업들은 “정부가 인터넷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나머지 규제만 생각해 기업을 궁지로 몰아넣는다”고 투덜대며 정부를 믿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과도한 표절, 저작권 침해가 난무하는 UCC 세상을 내버려둘 수도 없는 실정이다. 과연 ‘발전적 UCC 활용방안’은 무엇일까.
지난해부터 정보통신부는 ‘건전한 UCC 활성화 방안’을, 문화관광부는 ‘UCC 저작권 보호 방안’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두 부처는 각각 3, 4월께 가이드라인 정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만큼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양준철 정통부 미래정보전략본부장은 지난 2월 “산업계·학계와 함께 건전한 UCC 활성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3월까지 마련하겠다”고 했고, 조창희 문화부 문화산업국장도 “4월쯤 올바른 UCC 제작·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UCC 제작자와 서비스업체에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통부는 종합대책에서 한 발 물러나 4월 말까지 건전 UCC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뒤 5월에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좋은 UCC 상’ 제정이나 공모전도 6월 이후에 단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문화부는 조금 더 복잡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개별 UCC 제작자를 대신해서 온라인서비스업체가 음악·방송 권리자(단체)와 저작권 계약을 체결하고 △저작권집중관리단체 등을 통해 휴면상태인 저작물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확대된 집중관리(ECL:Extended Collective License)제도’ △UCC 저작권 등록 및 저작권 이용허락표시 제도화 등을 통해 UCC를 활성화할 방침이지만 ‘사적권리(저작권)에 대한 교통정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인터넷 업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웹 2.0 환경에서 벌어지는 UCC와 같은 현상이 원천적으로 매우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규제 편의와 효율성만 고려하는 것 같다”며 “정책 입안자들의 웹 2.0에 대한 이해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은 결과”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정통부와 문화부가 같은 ‘UCC 활성화’라는 같은 목표를 내세웠지만 제각각 대안을 만들고 있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 쌓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통부는 올해 △UCC 제작자 포럼 구성·운영 △좋은 UCC상 제정 △1인형 UCC 사업화 지원 △공개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시범사업을 통한 UCC 고급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고, 문화부도 △지역문화축제 등과 연계한 UCC 공모전 개최 △불법 UCC 모니터링 강화 △UCC 저작권 아카데미 확대 운영 등 초록동색 계획을 쏟아냈다. 특히 통신 관련 기업들이 UCC를 발판으로 삼아 ‘TV 포털’로 나아가고, 방송 관련 기업들도 UCC를 통해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 정통부·문화부의 공동 대책이 요구된다.
이대희 성균관대 교수(지적재산학과)는 “복잡한 저작권 체계로 인하여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제작이나 유통이 저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UCC 제작이라는 이름으로 저작권이 침해되는 것도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며 “저작권을 비롯한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UCC가 제작된다면, UCC 제작은 웹 2.0 환경을 대표하는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다른 학자는 “UCC가 새로운 창작물·저작물로서 자리매김해 정당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때, 진정한 웹 2.0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며 “웹 2.0을 향한 큰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사후 자율규제, 즉 법적 규제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비자와 저작권자를 보호하고, 불법 저작물의 온라인 유통을 막아야 하며, 이용자 실명까지 확인해야 하는 등 정부로부터 인터넷 기업들에게 부여되는 의무의 범위를 이해당사자가 참여한 가운데 다시 정립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기고-성난 얼굴로 뒤돌아보지 말라
: 이호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ehoyeong@kisdi.re.kr
한 연구 모임에서 “우리나라에는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커뮤니티 중심의 포털이 발달한 반면, 미국에서는 구글과 같은 검색 중심의 포털이 발달하게 된 이유가 뭘까”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개인주의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철저히 수단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오프라인에서 사라져가는 공동체를 대체할 새로운 안식처로 인터넷을 이용하기 때문이라며 문화적 맥락에서 그 원인을 파악하려 했다. 그런데 UCC 사이트를 운영하는 한 기업가는 뜻밖에도 “우리나라엔 미국처럼 복잡한 검색으로 찾을 만한 정보가 없어서”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웹 2.0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아직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웹 2.0은 기존의 서버-클라이언트 모델에서 벗어나 최종사용자에게 웹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차세대 인터넷 정도로 이해될 수 있다. ‘웹의 플랫폼화’라고도 표현되는 이 변화는 무시할 수 없는 기술적 추세이면서 동시에 기술에 대한 사회적 수용 과정을 의미한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리가 단축되고, 지식 생산의 거점이 변화되고, 뉴스 가치에 대한 판단기준이 달라지는 변화의 과정 말이다. 그것은 점점 더 수요자 중심, 시민 중심, 소비자 중심의 사회가 도래하고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웹 2.0은 대체 어제의 웹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많은 이들이 참여·공유·개방을 그 정신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초창기 웹의 정신도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웹 2.0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웹의 설계자들은 인터넷에서의 수평적 소통을 통해 유용한 유무형의 자원들이 생산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지난 16년 간 웹의 발전사를 돌이켜보면 과거에는 격리되어 있던 정보들이 링크됨으로써 새 가치가 창출되었고 적극적인 정보제공자들 덕택에 현재의 발전이 가능해졌음을 알 수 있다.
웹 2.0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요란한 벨소리에 놀라 지금까지 살아온 시대가 웹 1.0의 시대였음을 비로소 깨닫게 된 우리로서는 지금까지의 웹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쉽게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려 들 것이다. 하지만 성난 얼굴로 뒤돌아보기 전에 웹 1.0 시대에 사라져버린 많은 것에 대한 질문을 다시금 던져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웹 2.0의 이름으로 포장돼 신상품처럼 진열대에 놓인 가치와 이상들이 혹시 우리가 낡았다는 이유로, 혹은 빨리 이윤을 창출해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뒤에 버리고 온 바로 그것들은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구글이 발전하기 어려웠던 이유, 그 배후에는 ‘펌질’과 ‘덧글달기’에는 능숙하지만 자신의 자료를 기꺼이 네트워크에 공유시키고 타인의 비판과 수정에 열린 마음을 가진 이들이 많지 않았던 탓은 아닌지, 또 이런 무상 기여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 매우 낮은 수준에 그쳤던 탓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네트워크가 생산하는 가치,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얻는 편익은 어디까지나 그 네트워크에 접속하고 있는 개개인의 문화적 자산의 질과 크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방과 공유의 정신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UCC 서비스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