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기업은 흥하고, 반환경 기업은 망한다.’
환경규제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친환경경영은 이제 기업의 생존 키워드가 됐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환경을 단순히 지켜야 하는 의무가 아니라 일종의 무기로 삼는 기업도 늘고 있다.
국내 부품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완제품 업체들이 요구하는 친환경 공급사슬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린 부품’ 개발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단순한 환경 제품 개발에 그치지 않고 산업폐기물까지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관리하는가 하면 아예 제품 기획단계부터 환경을 고려한 설계 시스템을 가동하기도 한다. 그동안 완제품 업체들의 전유물로 여겨진 친환경 마케팅에 눈을 뜨는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품업계 환경경영은 이제 생존을 넘어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자리잡는 추세다.
◇친환경 공급 사슬=이 같은 경향은 갈수록 심해지는 환경규제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일본을 시작으로 지난해 유럽연합(EU)이 유해물질사용제한(RoHS)을 발효하면서 이제 환경이 관세보다 강력한 무역장벽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에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중국 등이 잇달아 독자적인 RoHS를 발효하면서 환경 무역규제는 지역적인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 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이 상수원 보호차원에서 최근 불발되면서 환경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태다.
부품업체가 환경규제에 민감한 것은 당장 수출이 급한 완제품(세트) 업체들이 완제품 조립에 필요한 부품의 성능에 앞서 친환경 여부를 따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세트업체가 협력 부품업체를 상대로 ‘녹색 구매시스템’ ‘친환경 인증제’를 속속 도입하면서 반환경 부품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친환경 부품·마케팅 봇물=친환경 공급 사슬이 뿌리내리면서 친환경 제품은 개발도 활기를 띠고 있다. 유럽 RoHS의 직격탄을 맞은 LG전자·삼성SDI 등 PDP업체들은 무연솔더링 기술을 개발, 연내 납 없는 PDP를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LG필립스LCD 등 LCD업체들은 수은이 없는 LED백라이트를 채택한 LCD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삼성코닝정밀유리는 중금속뿐만 아니라 아직 환경규제를 받지 않는 염소·불소·브롬 등 할로겐 화합물까지 없앤 청정 LCD 기판유리까지 양산, 본격 판매에 나선 상태다.
조장원 삼성코닝정밀유리 부장은 “환경·웰빙 등의 문제가 사회 이슈로 부각되면서 예전에는 제품의 성능 우열만을 따지던 소비자들이 이젠 이왕이면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려 한다”며 “환경 부품은 완제품의 또 다른 프리미엄 가치를 부여하는 한 축이 됐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에코 마케팅’에 눈을 뜨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하이닉스가 이달부터 EU RoHS를 준수하는 제품과 각종 할로겐 화합물을 배제한 제품에 자체 제작한 ‘에코마크’를 부착하기로 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SDI는 친환경 등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함께 평가하는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 지수’에 3년 연속 회원사로 선정된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삼성전기·서울반도체 등 LED 업체들은 LED가 냉음극형광램프(CCFL)에 포함된 수은이 전혀 없다며 비교 마케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환경 경영시스템도 고도화=환경문제에 대한 능동적인 경영시스템 구축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삼성전자 LCD총괄은 올해 산업물폐기물 관리를 협력업체와 연동해 관리하는 시스템을 처음 구축했다. 삼성전자는 이 시스템을 전사조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제품을 개발하는 단계에서 비용이나 품질뿐 아니라 생산 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환경부하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고안한 ‘에코디자인 시스템’을 가동했다. 웹 기반으로 구성된 이 시스템을 통해 제품 개발단계에 있는 직원들이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개발 제품의 친환경성을 평가하고,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협력업체들이 친환경 부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도 부쩍 잦아지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은 친환경인증제, 녹색구매제 등을 운영하면서 온오프라인을 통해 친환경 정보를 제공 중이다. 최근에는 대기업 직원들이 협력업체에 상주하며 친환경 생산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례도 많다.
이희국 LG전자 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국가별 환경규제도 유해물질 사용금지에서 제품 개발 단계부터 친환경설계를 의무화하는 등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 전 단계로 확대되는 추세”라며 “고도화된 환경경영 시스템은 중국·대만 등의 후발기업들과 차별화하는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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