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외산 백색가전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면서 수입 가전사들이 대형 대신 소형가전으로 생존에 나섰다.
15일 수입가전 업계에 따르면 외산가전 판매의 핵심 유통망인 백화점에서 세탁기·냉장고 등 대형 제품의 매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할인점·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한 소형 가전 공급으로 전략을 급선회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최근 수년간 삼성전자·LG전자 등의 양문형 냉장고·드럼세탁기 등 프리미엄 제품 내수 판매가 늘어나면서 이들 제품의 원조격인 수입 브랜드의 판매량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대기업이 주력하지 않는 청소기·커피메이커·토스터기 등 소형가전 시장에서는 우수한 성능과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갖춘 외산 브랜드가 인기다. 이에 따라 소형 가전 전문 브랜드는 물론 기존에 세탁기 등 대형 제품 매출에 의존해온 수입사들까지 할인점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지난 20년간 독일 ‘아에게’ 제품을 국내 수입해온 코아인코포레이티드는 세계적인 세탁기 메이커이지만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청소기 매출이 세탁기를 앞질렀다고 15일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IMF 이전에는 한국에서 세탁기만으로 수백 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세탁기를 공급하는 백화점이 25개 정도로 줄어들면서 올해 할인점을 대상으로 20만∼40만 원대 소형 청소기 공급에 영업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독일 종합 가전 기업인 지멘스 제품을 수입·판매하는 화인어프라이언스도 최근 세탁기 대신 할인점 등에 진공청소기·커피메이커·토스터기 등 소형 가전을 공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고급 주택 등을 대상으로 한 빌트인 매출은 유지하고 있지만 소매 시장에서 세탁기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소형 가전 판매로 영업 전략을 바꿨다”고 말했다.
밀레코리아도 고가의 드럼 세탁기보다 진공 청소기 매출이 수직 상승하면서 청소기 마케팅을 적극 진행 중이다.
이 회사의 진공청소기 매출은 올들어 지난해에 비해 94%나 증가했으며 소매판매에서 인터넷 쇼핑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5년 7.1%에서 최근 21.2%까지 증가했다.
일렉트로룩스코리아의 올해 핵심 목표 역시 청소기 외에 주방 소형가전 라인업 다양화와 할인점 확대이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