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기대를 모았던 중국발 ‘지불결제 인프라’ 호재가 크게 현실화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하이스마텍·사이버넷·새한IT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IC카드 등 신용카드 인프라 시장이 크게 열릴 것으로 기대했으나 정작 중국 진출에 성공한 업체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업계는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신용카드 인프라가 깔리기 시작한 것처럼 중국도 IC카드 인프라 전환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진출에 주력해 왔으나 예상이 빗나갔다. 특히 국내 생산업체 입장에선 국내 IC카드 인프라 구축이 늦어져 해외 시장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칫 섣부른 중국 진출이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A사는 2년여 전부터 중국 현지 업체를 통해 IC카드 단말기(EMV) 공급 업체로 선정된 뒤 초기 2500여대 물량을 공급했으나 직후 거래가 끊기고 말았다. 현지 업체 이름으로 단말기 인증을 받기 위해 3∼6개월여 현지 업체와 기술협력을 하고 비용 투자를 했지만 결국 시장이 열리지 않아 큰 손해를 봤다.
B사는 최근 중국 측으로부터 IC카드 단말기 생산을 위한 현지법인 설립을 제안받았지만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중국 측의 제안 내용은 현지에 법인을 설립, 핵심 기술을 제공해 로열티 수익을 올리고 기술인력을 데려와 연구개발을 하라는 것.
K모 사장은 “카드 단말기는 윈도, 리눅스와 같은 OS가 아닌 독자적인 펌웨어를 사용해 기술 복제가 어렵기 때문에 기술 제공 요청이 많다”며 “하지만 이 같은 제안을 받고 중국에 진출한 회사 중 상당수가 기술 협력 후 사업이 중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은 9억장의 신용·직불카드가 발급된 데 비해 단말기는 1000만대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최소 6000만대 이상의 신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중국 정부가 시장을 강력히 통제하는 바람에 외국 업체의 진입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동남아 시장의 경우 국제 카드 브랜드사인 비자카드를 통해 단말기 등 인프라 업체가 해외 진출을 하는 사례가 종종 있지만 중국 시장의 경우 이 같은 경로도 발굴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장성빈 비자카드 이사는 “중국은 신용카드 브랜드를 은련카드가 독점하는 등 통제가 강한 시장이기 때문에 인프라 구축에 국내 업체의 진입이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며 “최근엔 중국의 개발 경쟁력이 높아져 오히려 국내 시장으로 수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