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기반전자상거래(t커머스)라는 새 유통 채널이 숨을 헐떡인다. 국내에서 t커머스사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2년 전 5개 홈쇼핑사업자를 비롯해 하나로텔레콤·KTH·TV벼룩시장 등 10개 사업자가 방송위원회로부터 사업권을 획득했다.
지금 그들의 속앓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방송법에 따르면 사업권을 딴 후 2년간 송출 실적이 없으면 승인 취소 사유다. 내일이 2년째 되는 날이다. 그런데 송출 실적이란 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디지털케이블TV가 t커머스 서비스를 송출시켜 줄 수 있는 주체인데 이들이 t커머스에 별반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케이블TV 입장에선 디지털케이블TV 전환 자체가 어려운, ‘제 코가 석자’인 상황인데 남들까지 챙겨줄 여력이 없다.
CJ홈쇼핑·GS홈쇼핑·현대홈쇼핑 등 메이저를 제외한 나머지 7곳은 2년 동안 ‘송출 실적’을 만들기 위해 케이블TV사업자를 만나고 또 만났다. 누구나 진입하기를 원하는 디지털케이블TV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다. 하지만 우리홈쇼핑은 바다 건너 제주도에서 겨우 송출계약을 하고 지난 16일 첫 송출에 성공했다. ‘승인 취소 사유’에서 벗어나는 안도의 순간이었다. 하나로텔레콤은 끝내 전국 케이블TV사업자 중 어느곳하고도 계약을 하는 데 실패했다. KTH도 마찬가지다. 디지털케이블TV는 t커머스의 핵심인 양방향성을 확보해줄 수 있기에 끝까지 접촉했지만 허사였다. 급할 대로 급해진 이들은 결국 지상파DMB 등 다른 매체를 파트너로 삼아 ‘승인 취소 사유’에서 벗어나야 했다.
지금까지 그들의 고생은 겨우 방송위의 ‘승인 취소 사유’를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한걸음 나아가 수익모델에 대해 얘기를 하라면 차라리 입을 닫는다.
“몇 십억원어치 장비를 구축해놓고 280가구에다 서비스를 하는 심정을 아시나요?”라고 한 실무담당자는 되묻는다. t커머스에 가장 앞선다는 CJ홈쇼핑조차 월 매출이 1억원가량이다. 그러니 겨우 ‘승인 취소 사유’를 막았다고 해서 t커머스사업자들이 행복할 이유는 아무데도 없다.
그들이 스스로 t커머스사업을 선택해 사업권을 땄으니 사업이 안 된다고 두둔해줄 수 없다. 하지만 사업권을 허가해놓고 나몰라라 하는 것도 올바른 정부 정책은 아니다. 2년쯤 지났으니 정부도 t커머스사업자들의 고민을 한번쯤 들어봐야 할 때다.
성호철기자·퍼스널팀@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