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이 딱 맞아요"

 전국의 각 지자체가 다양한 ‘색깔’(지역색)을 내세우며 이달로 공고가 예정된 ‘로봇랜드’ 사업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자체들이 아예 드러내놓고 ‘공격 앞으로’를 외쳐대고 있다. 로봇을 주제로 한 미래형 테마파크가 아직까지 국내에는 없는데다 유치할 경우 산업적인 측면 외에도 관광상품으로 더 없이 좋은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로봇랜드 유치전에 참여를 준비하고 있는 지자체는 부산시·인천시·광주시·대전시 등 광역시는 물론이고 경북도·경남도·전북도를 비롯해 수도권의 안산·부천·화성·시흥·고양 등 전국적으로 10곳이 훨씬 넘는다. 유치전이 그만큼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컨소시엄을 꾸리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번 사업 유치전의 특색이라면 각 지역의 ‘고유색’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 색깔경쟁 치열=광주시는 지역 특화산업으로 선정한 ‘가전로봇산업’을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우고 있다. ‘가전로봇’에 초점을 맞춘 중점 기술개발 과제를 선정하고, 워킹 그룹까지 만들어 활동에 들어갔다.

 전북도도 오는 2009년까지 5만평 규모의 로봇산업단지를 조성할 예정으로, 마스터테크론과 트라이던트 일렉트로닉스, 와우로봇 등의 유치를 추진하며 로봇랜드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대전시는 대덕특구 내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인간형 로봇 ‘휴보’와 ‘로봇 축구’, 콘텐츠형 로봇,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지능형 네트워크 로봇, 원자력연구원의 산업 로봇 등 상대적으로 탄탄한 R&D 인프라를 기반으로 엑스포과학공원 내 부지 2만평을 제안하고 나섰다.

 경북도는 로봇랜드 사업에 참여하면서 지역 로봇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향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는 포항지능로봇연구소가 들어선 포항을 중심으로 로봇랜드를 조성해 연구개발과 생산이 어우러진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 달 경남로봇산업교류회 및 지역 로봇 전문가 등이 참여한 ‘경남 로봇랜드 사업기획 TFT’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로봇랜드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TFT는 현재 국내외 로봇랜드 관련 사례에 대한 연구와 벤치마킹 작업을 수행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산업용 로봇시장에 가장 효율적인 모델을 유치한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외에 수도권에서는 인천시가 기존에 추진하던 로봇콤플렉스를 로봇랜드 부지 안에 건립하고 후보 대상지로 송도·청라경제자유구역과 남구 용현·학익지구 등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유치전 과열 등 부작용 우려=그러나 일각에서는 모든 지자체가 너도 나도 로봇랜드 조성사업에 뛰어들고 있어 과열 및 출혈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또 많게는 1000억원 이상 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보이는 ‘로봇랜드’ 사업을 지자체가 수주하더라도 재정부담에 따른 휴유증을 극복하는 방안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로봇랜드’가 경쟁력 등 산업 여건을 고려하기보다는 지방비 부담(매칭펀드) 비율에 따라 줄을 세운다면, 지역 균형 육성을 저해하고 지자체 간 양극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측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선정된 로봇산업은 2∼3년 전부터 거의 모든 지자체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분야”라며 “로봇랜드는 로봇산업 육성과 함께 관광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매력적인 사업으로 놓치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산자부는 이달 내 로봇랜드 조성 사업계획을 공고한 뒤 8월 말까지 예비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실제 조성사업은 오는 2009년 착수한다.

  전국팀

 

◆로봇랜드란?

 대규모 로봇 수요공간을 제공하는 미래형 테마파크다. 지자체와 정부가 매칭펀드로 각각 3000억원가량을 투입해 로봇을 주제로 한 놀이기구와 체험관, 로봇경기장, 상설전시관, 판매장 등을 만들게 된다.

 국고 지원은 최소화하는 대신 지자체 및 민간자본의 투자를 확대할 방침으로 추진되고 있다. 막대한 관광수익과 지역을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리트가 상당하다.

 특히 로봇랜드 유치에 성공한 지자체는 각 부처의 로봇산업 육성 관련 예산을 추가 지원받을 가능성도 높다는 게 지자체의 전망이다.

◆인터뷰-박종오 국제로봇공학연맹회장

 “로봇랜드는 로봇시장을 형성하고 동시에 새로운 제품을 시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로봇산업을 육성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큰 틀에서 체계적이면서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해야 사업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국제로봇공학연맹 회장을 역임한 박종오 전남대 교수(52·기계시스템공학부)는 “국가나 지자체가 로봇산업을 인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로봇랜드 조성사업은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로봇의 수요를 확대하고 효율적인 국내 시장 창출로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 속에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마침 정부가 단기적인 로봇시장 창출에 나서면서 앞으로 국내 로봇산업은 시장 규모가 커지고 발전속도 또한 빨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지능과 감성을 겸비한 지능화 분야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이 날로 커질 것입니다.”

 그는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로봇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많이 있다”면서 “매년 분야별로 50∼150% 성장해 가는 로봇산업 특성에 맞춰 정책을 기획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지자체별로 뜨거운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로봇랜드는 자칫 또 하나의 관광지 조성에 그칠 수 있기 때문에 산업육성 전략 등을 면밀히 검토해서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로봇랜드와 별개로 각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로봇산업을 중·장기적으로 육성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