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콘텐츠 수출, e러닝 업계가 나서야

[미래포럼]콘텐츠 수출, e러닝 업계가 나서야

정보기술과 컴퓨터기술이 가져온 사회문화적 변화는 일반 상거래는 물론이고 의료·물류·교통·공연 등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무선 및 위성 통신서비스 발달로 e라이프 대신 u라이프 같은 용어가 쓰이는 세상이 됐다. 학습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제 e러닝을 통한 교육의 확대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우리나라 e러닝 사업자는 2004년도에 258개였으나 2005년도에는 381개 그리고 지난해에는 621개 사업자로 연 평균 63%라는 놀라운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 중 서비스 사업자가 362개로 전체 e러닝 사업자의 50%를 넘는다. 이는 솔루션이나 콘텐츠 사업으로부터 e러닝 서비스라는 교육사업으로 전환하는 뚜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e러닝 사업자의 총매출액은 2005년에 18% 정도 증가하던 것이 2006년에는 10% 증가에 그쳤으며, 솔루션 사업은 약 2.3% 감소했다. e러닝 사업자들에게 시장이 작아 보이는 것은 급격한 사업자 수 증가라는 이유뿐 아니라 솔루션 및 콘텐츠 시장의 증가 추세가 완만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을 살펴보면, 첫째는 사업자의 자업자득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동안 사업자들은 콘텐츠의 재사용이 가능하고, 사용자 위주의 교육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기보다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또는 소프트웨어 사업자들의 하도급 개발이라는 관행 속에서 저가의 콘텐츠 개발에 주력했다. e러닝 콘텐츠는 학습자 분석이나 학습 방법, 학습 전후의 효과분석 등을 통한 학습자 위주의 개발이 이뤄져야 하는데, 대부분의 e러닝 콘텐츠가 학습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의 수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도록 제작됐다.

 둘째, e러닝 교육을 외부 e러닝 서비스 전문기관에 위탁하기보다는 자체 시스템으로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e러닝을 도입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학습효과에 대한 의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3월 전자거래진흥원이 e러닝산업 실태조사를 실시해 ‘기업 및 공공기관의 e러닝 도입 효과(2006)’를 분석한 결과, 기존의 오프라인 교육보다 교육 참여율·효율성·만족도는 비교적 높게 나타나고 있으나 교육 성과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e러닝 도입을 위해서는 자체 시스템 구축이나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수요기관 입장에서 볼 때 시스템을 도입하려니 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위탁교육을 선택하려니 교육성과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을 미국이나 유럽 국가는 물론이고 동남아 국가들도 인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도 국가적인 지원을 통해 면대면 학습을 e러닝으로 대체하고 있다. 미국·캐나다·호주·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영어권 국가들은 아시아 대학교육과 평생교육으로 대변되는 고등교육 시장에 진출해 있고, 일본과 프랑스는 아시아 및 아프리카 시장 진출에, 대만과 중국은 아시아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방송통신대학을 비롯한 17개 사이버대학 등 정규 고등교육 시장이 대학교육과 경쟁 중이지만 해외 진출을 기획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일부 e러닝 기업이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실적은 없다. 오히려 수출은커녕 한국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들마저도 e러닝으로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

 e러닝은 학습·교육·훈련이 가지고 있는 산업적 효과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파급효과를 고려해 디지털콘텐츠의 수출전략 산업으로 접근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학·연·관의 일관된 산업정책과 실행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교육이라는 분야가 국가마다 어느 정도의 폐쇄성을 가지고 있음을 인식해 다각적인 정책적 지원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학계 및 연구계는 국가별·대륙별 해외 진출의 기회, 방법 및 장벽 등을 연구해 사업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업자들의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사업자는 e러닝 콘텐츠를 단순전달형에서 탈피해 학습자 위주의 양방향 수업모델(협력학습 모델)로 전환하고, 주제전문가와 교수설계자 그리고 개발자가 동시에 참여하는 체계적인 제작과정을 준수해 양질의 짜임새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서비스해야 한다. 그리고 글로벌 e러닝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비전과 목표, 조직과 인력 및 마케팅 능력을 보유한 경쟁력 있는 사업자가 돼야 할 것이다.

◆한태인 한독공학대학원대학교(KGIT) 정보통신전공 교수 hanten@kgi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