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5년까지 장기 임대가 가능한 ‘반도체장비 리스’가 대규모 설비투자를 감행하는 반도체업계의 효율적 설비 투자기법으로 정착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반도체 소자 및 후공정(패키지·테스트)업체들이 신규 투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비 구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 리스하는 사례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비 리스는 구형 설비를 신형으로 교체하는 설비 업그레이드에도 투자 해법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하이닉스반도체는 기존 200㎜ 팹의 업그레이드 및 공정 전환 등에 장비 리스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으로, 이를 활용하면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효과적으로 200㎜ 팹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캐피탈업계 한 관계자는 “전공정과 후공정을 포함해 반도체 팹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은 한 번 쯤은 장비 구매에 리스를 활용했을 것”이라며 “최근에는 공격적 투자를 감행하는 기업일수록 장비를 리스로 구입하는 추세가 정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장비 리스는 국내 은행과 외국계 캐피탈의 리스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 대부분으로, 장비를 담보로 하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금을 대출하는 것에 비해 이자율이 낮고 장기적으로 분할 상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업체로서는 투자 여력에 비해 보다 공격적인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반도체 후공정업계 CEO는 “장비 리스는 구입 부담을 분산시킴으로써 기존 예정된 투자계획보다 공격적으로 설비투자를 추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확산되고 있다”며 “장기적인 발전기반 조성을 위해 투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당면한 자금부담을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의 리스 도입은 하이닉스반도체가 공격 투자의 해법으로 적극 활용하면서 국내 반도체업계에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는 물론 테스트·패키징 등 후공정 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내외 캐피탈업계는 반도체장비 리스 프로그램이 주택을 담보하는 주택담보대출처럼 장비를 담보로 한다는 안전성과 반도체 산업의 신용도에 주목해 반도체업계에 대한 리스 제공을 강화하고 있어 이같은 추세는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시티은행 고위관계자는 “최근 캐피탈업체들이 신규 투자에 대한 리스 제공 뿐 아니라 기존 설비에 대해서도 리스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반도체업계에 편의를 제공하면서 리스프로그램 확산에 나서고 있다”며 “업체로서는 리스 장비를 활용하다가 새 장비로 업그레이드할 때는 기존 장비의 잔존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