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점유율 50.5% 사수하라"

 SK텔레콤이 올해 최대 목표로 내세운 ‘시장점유율 50.5% 사수’ 전략이 이동통신 경쟁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올초만해도 수익성 위주의 내실 경영을 표방했으나 최근 시장변화에 따른 공세적인 전략으로 돌아서 경쟁사들이 잔뜩 긴장했다.

◇ 2G든, 3G든 50%만 넘으면 된다=SK텔레콤의 올해 지상과제는 50.5% 점유율 유지다. 2G와 3G간 전략도 명쾌하게 정리했다. 2G든 3G든 50%만 넘으면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신흑묘백묘론’이다. 3G 가입자 유치를 위해 불필요한 힘을 빼는 것보다는 전체 시장을 보고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3G에 올인한 KTF를 겨냥해 연말에 누가 웃는지 두고보자는 말도 했다. SK텔레콤의 3월말 기준 시장점유율은 50.44%. 1월말 50.39%보다 소폭 상승했다. 2∼3월 순증점유율이 52∼54%에 이른 결과다. 그러나 불안감은 여전하다. 최근 3년간 번호이동(MNP)으로 4% 가까이 점유율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가입자의 절반을 가진 SK텔레콤으로서는 MNP에서 불리한 입지일 수 밖에 없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기존 전략으로는 점유율 50%를 유지하기 힘들다”며 “50% 점유율 사수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마케팅 비용 상승 불가피=SK텔레콤의 마케팅 전략도 급선회했다. 올초만 해도 ‘적정한 마케팅 비용’, ‘수익성 위주 내실 경영’, ‘마이웨이 전략’ 등을 강조했다. 최근 달라졌다. ‘적극적인 시장 대응’, ‘공격적인 마케팅’ 등을 내세웠다. 특히 그동안 보조금 정책에서 비대칭규제로 운신의 폭이 좁았으나 최근 변화로 적극적인 보조금 마케팅이 가능해졌다. 점유율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됐다고 내다봤다. SK텔레콤의 1분기 마케팅 비중은 25%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1분기 공격적인 행보는 경쟁사들에게 점유율 방어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면 된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분위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경쟁사들 잔뜩 긴장=경쟁사들은 SK텔레콤의 행보에 잔뜩 긴장했다. 점유율 50% 유지를 순증점유율 확대로 해석했다. 경쟁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3년간 SK텔레콤의 순증 점유율은 40%대였다”며 “지난 2∼3월처럼 순증 점유율을 50% 이상으로 늘리게 되면 그만큼 경쟁사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연해진 보조금 정책으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게되면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경쟁사들의 대응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김신배 사장이 잠못이루는 까닭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이 “1등이라는 오만을 버리고 다시 고객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임직원들에게 자성을 촉구하면서 독려했다.

김 사장은 최근 ‘제2의 고객가치(CV) 혁신을 이루어 갑시다’란 주제로 긴급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보냈다. “중국 총리가 분당 사옥을 방문해 해외 사업의 밝은 미래를 보여준 날,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한 고객의 차량 돌진 사고로 기업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며 말문을 연 그는 “희비가 엇갈린 그날 밤 수많은 고민들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경쟁사의 위피미탑재폰 허용 등 정통부 정책 배려에서 소외된 것을 비롯, 불만 고객의 본사 차량 돌진 사고, 협력사 직원의 경쟁사 기지국 훼손 논란 등 내우외환에 직면한 김 사장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났다.

김 사장은 “미래 성장에 대한 고민에 치중한 나머지 정작 고객 불만에는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항상 1등’이라는 오만한 자세를 가지고 있지 않은지 되짚어야 한다”며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CV혁신을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다시 결집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대안으로는 위기관리를 강조했다. 표출된 고객 불만 뿐만 아니라 잠재된 불만까지도 사전에 찾아내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하인리히 법칙(1:29:300의 법칙;1개의 결과에는 29개 사건과 300개 징후가 숨었다는 뜻)을 예로 들었다. 김 사장은 “대형 사고는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순간에 갑작스레 발생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아주 작은 부분까지 주의를 기울이고 시스템적으로 관리한다면 충분히 사고는 예방할 수 있으며 나아가 고객의 열정까지 사로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고 강조한 김 사장은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마지막 한 명의 고객까지 소중하게 생각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깊게 심어주고 ‘제2의 CV혁신’을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독려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