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마사지 한번 받아보실래요?”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LG화학 기술연구원. 정보전자소재연구소, 유화연구소 등 10개 연구소 1600여명의 석·박사급 전문 연구원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이곳에 점심시간이면 삼삼오오 체력 단련실로 모여드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민족 전통의 심신 수련법인 단학수련을 두뇌와 접목, 현대화한 뇌호흡 수련으로 몸과 마음을 다지는 ‘뇌호흡’ 동호회 회원들이 그들이다.
“종일 실험실에서 컴퓨터와 씨름하다보니 두통도 쉽게 오고 몸의 긴장도 잦은 편이죠. 긴장된 몸을 풀어주고 머리도 맑게 해주는 데 ‘뇌호흡’ 만한 게 없습니다. 짧은 점심시간이지만 효과는 만점입니다.”
그간 톡톡한 효과를 본 이동욱 과장의 뇌호흡 예찬론이다. 이 과장은 어느날 출근한 뒤 몸상태가 안 좋아 오후 휴가를 낼 요량이었다. 하지만 그날 있던 동호회 정기수련에 우연히 참가해 활공(活功, 사랑주기 또는 상대방을 살리는 기술이라는 뜻)을 받고 30분간 수련한 뒤 밤 10시까지 근무할 수 있었다.
‘뇌호흡’은 뇌에 충분한 혈액과 산소가 공급되도록 하는 건강 수련법으로 한때 메이저리그의 박찬호 선수도 명상과 뇌호흡 수련으로 부진탈출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도 알려진 바 있다.
동호회 회장인 이남정 차장은 지난해 봄 만성피로와 함께 찾아온 원인불명의 복통과 두통을 우연히 접한 뇌호흡으로 이겨낸 경험을 살려 지난해 2월 동호회를 만들었다. 초기 3∼4명으로 시작된 동호회는 어느새 4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회원들은 일주일에 두세 번 사내 체력단련실에 모여 외부 전문강사도 초빙해 수련 중이다. 뇌호흡 수련은 기체조·호흡·명상 등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먼저 도인체조라 불리는 기체조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경직된 근육을 이완시킨다. 몸을 ‘털고 흔들고 두드리고 늘이고 쥐어짜고 비틀고 버티는’ 다양한 동작으로 이루어져 있고, 기혈의 흐름이 좋아지게 하는 특정한 동작을 취하기도 한다. 특히 연구원들의 경직되기 쉬운 목과 어깨 그리고 고관절 등이 중점 대상이다. 내부 장기를 직접 자극하는 단전치기와 장운동도 병행된다.
기체조로 호흡이 점점 깊어지면 바닥에 누워 조용한 음악 속에 전신의 힘을 뺀다. 그리고 자연스럽고 깊은 호흡으로 명상에 잠긴다. 이때 온갖 생각을 다 버리고 머리 속을 깨끗이 비우는 게 중요하다.
이 차장은 “흔히 뇌호흡하면 조용히 앉아 하는 숨쉬기 운동이라는 편견이 있다”며 “단학수련 중에도 뇌호흡은 고난도 고급과정으로 집중력을 높여 에너지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비뚤어진 뇌 구조를 바로잡아 심신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무엇보다 중요한 연구원들. 그들은 점심시간 짬을 투자해 뇌마사지(?)에 나서 한층 높아진 프로젝트 수행력이라는 투자수익을 얻는다.
세상에 나쁜 뇌는 없다. 무한한 기능을 가진 뇌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훈련과 체험이 필요할 뿐이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