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국가R&D 사업 성과]철저한 기획이 밑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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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국가R&D사업의 성공요인

-기술·시장수요·관리제도·시대별-

 전전자교환기(TDX), 메모리반도체(D램), 동기식 이동통신기술(CDMA) 등 대형 국가 연구개발(R&D)사업이 성과를 낼수 있었던 것은 기획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사업기획과 전략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자금·인력 투입시 철저히 상업화를 표방한 것과 시대변화를 반영해 민간 주도의 R&D를 추진하면서 표준화·지적재산권 등에서 함께 대응한 것도 성과 극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실이 작성한 ‘대형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성과 및 시사점 분석’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을 요약한다.

 ◇철저한 기획과 사전전략 수립=정부는 기술적 측면에서 국가 대형 R&D사업이 철저한 사업기획 및 전략수립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수요기술 트렌드를 반영했고 △산업육성정책과 기술로드맵 연계 △관계기관의 전문성을 활용한 기획이 큰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HDTV의 경우 3년여에 걸친 철저한 사업기획으로 10년 후의 TV 기술방향을 정확히 예측한 사례로 꼽힌다. HDTV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2위(2004년 기준)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했다.

 정부는 기업의 열악한 분야에 집중지원하면서 종합적인 육성책을 마련하는 데 포인트를 뒀다.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초기반기술, 차세대 기술, 시험평가 및 표준화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고 지능형로봇에서는 원천기술개발과 관련 부품소재 육성, 인프라 구축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상업화를 염두에 둔 R&D=정부는 자금·인력 등 연구자원의 투자를 하면서 철저히 ‘상업화’를 지향했다. 지상파 DMB의 경우 기술개발과 서비스 도입정책, 국내표준 제정, 해외진출을 위한 서비스사업자에게 비용경쟁력 제공 등과 연계하여 조기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분야로 꼽힌다.

 TFT LCD는 선진국보다 발빠른 시장수요 예측과 과감한 도전으로 적당한 시기에 시장진입에 성공한 예다. TFT LCD는 CRT 기술의 한계와 평판디스플레이 시대 도래를 예상하고, 당시 기술력이 앞선 일본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주도권을 잡은 분야다. 철강 파이넥스(FINEX) 공법도 환경규제 강화와 후진국의 도전에 적극적인 대처를 통해 얻어낸 성과물로 평가된다. 와이브로와 DMB 등은 시장선점을 위해 연구개발과 국제표준화를 함께 진행하면서 시장 선점기회를 확보한 사례로 꼽혔다.

 ◇일관성 있는 정책과 협업=정부의 일관된 R&D 추진의지와 범부처 차원의 협력 지원도 중요하다. 최상의 연구 성과를 위해서는 기술발전에 맞는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산업육성시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D램의 경우는 ‘4M(86)→16M(89)→64M(91)→256M(93)’ 등에 걸쳐 일관된 정부의 측면지원이 있었다. 시스템IC는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는 유사목적의 사업(기초기술사업, 제품개발사업, 기반구축사업)들을 연계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분야로 꼽혔다.

 김진오 광운대 교수는 “국가 R&D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와 연구소, 대학, 생산자, 수요자에 이르는 전주기적 공동개발체제와 명확한 역할분담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실제로 “정부는 이해관계조정, 상업화 촉진 및 표준화 지원 등을 담당하고 연구소와 대학은 핵심기반기술, 시험평가, 지적재산권 확보에 중점을 두며, 기업체는 발굴된 핵심기술의 상용화를 추진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시대 변화에 맞는 국가 연구개발 방향=80년대가 제품 국산화와 내수시장을 타깃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했다면 90년대는 본격적인 선진국의 기술을 추격하는 시기였다. 2000년대 들어 연구개발의 목표는 핵심 원천기술 확보하고 신시장을 창출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민간주도의 연구개발과 조기상용화·표준화 등 정부지원이 결합할 때 최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세계최초의 원천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연구성과의 국제 표준화 채택을 위한 정부 지원 등이 중요한 역할로 강조되고 있다.

 산자부 안현호 산업정책관은 “기술 추격형 연구개발에서 이제는 글로벌 기술 선점을 위한 R&D로의 큰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연구개발 투자와 함께 지적재산권 획득, 표준화 선점을 위한 정부의 정책지원 등도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

◆미래 먹거리 산업은 무엇인가

 정부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고전하는 이른바 ‘샌드위치’나 ‘넛크래커’ 등의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15개 차차세대 전략기술 분야를 선정, 육성키로 했다. 올해 지능형로봇, 디스플레이, 나노기반, 생산기반 등 4개 분야에서 ‘패키지형 지원’을 통한 시범사업이 진행중이며 15개 전략기술사업은 내년이후 본격화될 예정이다.

 산업자원부는 주요 산업의 핵심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15개 차차세대 전략기술 분야를 선정, 특성에 맞게 지원하는 전략기술 개발사업을 추진, 국가기술개발의 우선순위와 투자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민간의 관련분야 투자를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15대 전략기술은 7개 주력산업기술, 4개 유망기술, 4개 기반기술 등으로 구성됐다. 주력산업기술로는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및 조선·섬유의류·생산시스템·화학공정소재·금속재료 등이 선정됐다. 미래유망기술로는 바이오와 차세대로봇·디지털컨버전스·차세대의료기기 등이, 기반기술에는 나노기반·생산기반·청정기반·지식서비스기반 등이 뽑혔다. 15대 전략기술은 그동안 업계·대학·연구소 등에서 큰 관심을 보여왔다. 당초 예상보다는 더욱 포괄적인 개념에서 과제를 선정, 향후 신기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산자부는 내년부터는 전략기술 분야에 산업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의 60% 이상을 집중하기로 해 전략기술개발사업 투자 규모를 내년 8300억원, 2010년 1조700억원, 2013년 1조5400억원, 2015년 1조8500억원 등으로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전체 산업기술 R&D 예산 가운데 전략기술개발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내년 60%에서 오는 2015년 70%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다.

 산자부 심학봉 로봇산업팀장은 “지금은 80년대 반도체에 투자했던 것처럼 혁신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시범사업인 로봇분야에서 최상의 성과를 내고 이를 통해 차차세대 전략기술의 좋은 정책 방향을 유도하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

◆선진국과의 기술격차 축소

 70% 수준으로 높아졌고 격차도 4년에서 2년으로 좁혀졌다. 메모리 반도체와 TFT LCD는 이미 선진국을 따라잡았고 후발 국가와의 기술격차를 벌려 나가야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자동차 핵심부품은 기술개발에 착수한 92년 당시 49.5% 수준에 6.3년의 격차가 있었으나 지금은 88%까지 따라잡았고 격차도 3.2년으로 좁혔다.

 또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된 차세대성장동력 발굴사업의 10대 미래전략기술은 선진국과의 격차가 평균 3.3년에서 2.1년으로 단축됐고 기술수준도 평균 72.5%에서 85.6% 수준으로 높아졌다.

 지능형 로봇은 2003년 당시 선진국의 65%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기준으로 85.7%로 높아졌고 기술격차도 4년에서 2.2년으로 좁혔다. 디지털TV·방송은 기술격차가 1.5년(90%)에서 0.7년(95%)으로 줄어들었고 차세대 전지는 6년(50%)에서 3년(70%)으로, 차세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각각 4년(60%)과 1.5년(90%)에서 1.6년(84.1%)과 1년(95%)으로 각각 단축됐다. 이밖에 지능형 홈네트워크는 2년(80%)에서 1년(90%)으로 좁혀졌고 디지털콘텐츠·소프트웨어솔루션은 3년(80%)에서 2.2년(81.2%)으로 개선됐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