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전문업체인 씨엘코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자사의 캐릭터 ‘마시마로’를 닮은 모양의 완구 10건에 대해 디자인 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마시마로의 저작권인 자신들도 모르게 제3자가 마시마로의 디자인을 교묘하게 변형해 디자인 등록을 받아 상업적으로 활용한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특허청이 운영하는 특허정보 무료검색 서비스(KIPRIS)에 등록된 디자인을 살펴보면 일반인에게 알려진 캐릭터와 흡사한 모양의 디자인이 종종 눈에 띈다.
이처럼 저작권법과 디자인보호법의 차이를 교묘히 이용한 유사 캐릭터 상품들이 버젓이 판매되면서 캐릭터업체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하지만 마시마로 사례처럼 법적으로 적극 대응하는 업체는 매우 드물다. 대다수 캐릭터업체가 영세한 탓에 법적으로 제대로 대응도 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저작권법과 디자인보호법은 별개=‘저작권자가 엄연히 존재하는 캐릭터와 유사한 디자인이 디자인보호법상의 디자인으로 등록이 가능할까?’
이에 대해 윤선희 한양대 법대 교수는 “현실적으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이는 저작권법과 디자인보호법 사이의 사각지대가 있어 발생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캐릭터를 보호하는 저작권법과 디자인상품에 적용되는 디자인보호법은 별개의 법이라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표 참조>
디자인 심사를 담당하는 심사관들이 저작물 등록 여부를 일일이 대조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현실도 이 같은 사례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원희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캐릭터산업과장은 “법이 잘못됐다기보다는 디자인 심사를 담당하는 심사관들의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속만 타는 캐릭터 개발업체=‘원칙적으로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얻지 아니하고는 자기의 등록디자인 또는 이와 유사한 디자인을 업으로서 실시할 수 없다.’(디자인보호법 제5장 45조)
류관희 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본부장은 “타인의 저작물을 침해한 디자인은 디자인으로 등록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실제로 저작권을 침해한 디자인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지적한다.
씨엘코엔터테인먼트의 경우처럼 등록된 디자인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단됐을 경우에는 특허청에 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아니면 등록 이전에 출원 과정에서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지만 특허심사관이 심사하는 경우 이의신청 자체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캐릭터업계는 “사업하기도 힘든 현실에서 권리 침해까지 일일이 조사하는 것은 힘들다”고 토로한다.
최성진 한국문화콘텐츠라이선싱협회 사무국장은 “마시마로의 사례처럼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캐릭터 업체들이 영세하다 보니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캐릭터 자체를 디자인 등록하게 해달라=업계는 법을 교묘하게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캐릭터 자체를 디자인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디자인으로 성립이 되기 위해서는 △물품성 △형태성 △시각성 △심미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최승호 씨엘코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캐릭터 도형 자체는 관념 혹은 이미지에 불과해 물품성이 결여돼 디자인으로 등록받기가 곤란한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류관희 상표디자인심사본부장은 “시대의 추세에 따라 디자인의 적용범위가 확대돼야 하며 도안도 디자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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