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의 불똥이 산업계로 튀고 있다.
IT산업계는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발생한 한국인 교포학생의 총기 난사사건과 관련해 미국 내 판매나 기업 이미지 등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주요 기업은 또 일단 이번 사건에 따른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향후 행사나 광고 등의 활동을 예정대로 추진키로 하되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상황에 따라 대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국’ 이름 내건 행사 자제=IT업계는 이번 사건을 충격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북미 지역이 글로벌 사업의 교두보인 주요 전자업체는 당장 브랜드 이미지나 수출에 타격을 주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매출 영향은 물론이고 삼성·LG 등 주요 대기업은 현지에 생산·판매·연구개발 거점을 상당수 두고 있어, 주재원들의 안전 문제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삼성은 당장 미국 시장에서 악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지만 현지 주재원 안전 문제와 대외 이미지 하락에 따른 매출감소 여부를 면밀히 조사 중이다. 삼성전자 북미총괄 법인을 중심으로 이번 사건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며, 당분간은 ‘한국’ 이름을 내건 각종 대외행사는 자제하기로 했다. 다만 이미 예정돼 있던 신제품 마케팅 계획은 변함없이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 미국 내 여론 향배를 예의주시하면서 실시간으로 현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면서 “시장상황에 변화가 있는지 조사한 뒤 후속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록 재난재해 성격은 아니지만 일각에서는 현지 여론이 악화될 경우 민간 차원에서라도 여론 수습을 위한 대비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LG그룹도 북미 지역이 글로벌 시장의 핵심 거점인만큼 이번 대형 참사의 여파에 긴장하고 있다. 일단 현재로서는 현지 주재원들의 안전 문제나 여론의 동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아직은 미국 시장의 매출에도 지장을 줄 조짐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LG전자 주재원들은 교민사회와 함께 애도를 표시하는 한편, 이번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워낙 대형 참사인데다 한국인으로 확인되는 바람에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하다”며 “지켜봐야 하겠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시장경쟁 상황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사이트는 ‘애도물결’=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이 미국 이민자 1.5세대 조승희씨(23)로 밝혀지자 대부분의 네티즌은 고인과 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
‘자아는 부재중’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너무 슬픈 일이 있어났다”고 밝힌 뒤 “미국 교포사회에 큰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걱정스러운 댓글을 달았다. 다음의 온라인 토론장인 미디어다음 ‘아고라’에서는 ‘김석현’이라는 네티즌이 ‘버지니아공대 사건:천박한 민족주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이번 사건은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 내 총기 소유 문화와 관련된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해 많은 네티즌의 공감을 얻고 있다. 18일 오후 해당 글의 조회 수는 1만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온라인에서는 또 사건 현장에서 학생이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영상인 ‘총격전 휴대폰 영상, 최소 26발’의 조회 수가 30만건을 넘었다. 네티즌들은 총기난사 사건에 애도를 적극적으로 표시하며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미 온라인 게시판에 안부 문의 폭주=사상 최악의 교내 총격 사건을 겪은 버지니아공대가 사건 이튿날인 17일(현지시각) 대학 공식 홈페이지(www.vt.edu)에 추모 게시판을 개설했다. 게시판에는 이번 총격 사건으로 사망한 케빈 그라나타 교수, 리비우 레브레스쿠 교수와 학생 등 32명의 희생자를 애도하는 글이 줄을 지어 올라오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또 사건 조사 진행 상황과 향후 일정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으며 이날 오후 버지니아공대 캐슬 콜리지엄에서 열린 추모식 장면을 담은 스트리밍 동영상이 게재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www.facebook.com)도 버지니아공대에서 발생한 총기사건의 온라인 게시판 역할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버지니아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자신의 안전을 우려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I’m ok at VT(나는 버지니아에서 안전하다)’라는 블로그가 개설됐다.
서한·조윤아·김민수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