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성장엔진, 중핵기업](15)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 그래픽팀 팀원들이 리니지2 캐릭터 컨셉트 설정회의를 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 그래픽팀 팀원들이 리니지2 캐릭터 컨셉트 설정회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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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 www.ncsoft.com)의 10년 역사는 대한민국 온라인게임산업 역사로 통한다.

회사 설립이 곧 우리나라 온라인게임 산업의 출발점이었고, 지난 10년 동안 대한민국 온라인게임이 전세계 시장의 35%를 점유한 세계 1등 산업으로 커지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지난 6일 창업 10주년을 맞은 엔씨소프트는 창업 그해 5억4000만원에 그쳤던 매출을 지난해 해외 연결매출로 3386억원을 올려 627배 성장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만들어냈다. 매년 평균 600% 이상씩 급성장세를 기록해 온 것이다.

또 창업 당시 20명에 불과했던 직원수도 10년만에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에 퍼져있는 글로벌 지사를 합쳐 무려 3000명 이상으로 150배나 급증했다.

이같은 폭발적인 성장세는 온라인게임 ‘리니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98년 9월 국내에서부터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 ‘리니지’는 이후 최고, 최대, 최단기간 등의 숱한 한국 신기록들을 만들어 내며 한국 온라인게임의 대명사로 자리잡는다.

‘리니지’는 결국 2003년 ‘리니지2’로 이어지면서, 한국 온라인게임 최초로 리니지 시리즈로만 전세계 매출 1조원 돌파라는 신기원을 열었다.

‘리니지’는 상용서비스 만 9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도 장수 온라인게임으로서 동시접속자수 10만명을 거뜬히 넘기며 탄탄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를 성공시키자 마자 눈을 해외로 돌린다.

지난 2001년 5월 수백억원을 쏟아부어 전세계 온라인게임의 전설로 불리는 ‘울티마온라인’을 만든 리처드 게리엇 형제를 전격 영입한다. 리처드 게리엇은 엔씨소프트의 북미 개발법인인 엔씨오스틴에서 연내 선보일 예정인 엔씨소프트의 차세대 야심작 ‘타뷸라라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일본에 합작사인 엔씨재팬을 만들고,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의 핵심개발자들로 구성된 미국 아레나넷을 인수하는 등 ‘글로벌엔씨’ 전략에 맞춰 한발 한발 전진을 계속해 오고 있다.

창립 10돌을 맞은 엔씨소프트는 또 하나의 뜻깊은 새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리니지2’ 이후 3년여만에 순수 국내 엔씨스튜디오에서 개발된 새로운 MMORPG ‘아이온’이 그것이다.

그동안 인수한 미국 개발 스튜디오나 외부 퍼블리싱작인 ‘길드워’, ‘시티오브히어로’, ‘시티오브빌런’ 등의 게임들이 잇따라 북미·유럽시장에서 선풍을 일으키며 매출 곡선을 유지시켜 주고는 했지만 이것 만으로는 ‘목이 마른’ 상황이다.

엔씨소프트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서울 스튜디오에서 전세계에 통할 수 있는 차기작이 나와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줄 그 선두주자로 ‘아이온’을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서비스 차원에서도 엔씨소프트는 10살 기업 답게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내달 국내에서 통합ID 서비스를 시작으로, 전세계에 서비스되는 엔씨소프트 브랜드의 게임을 완전히 통합해 하나의 플랫폼에 올리는 변화다. 전세계 이용자가 활짝 열린 엔씨소프트의 플랫폼 위에서 게임인 물론 2.0시대에 걸맞는 다양한 웹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엔씨소프트의 비전이다.

이를 위해 엔씨소프트가 돌격대 형식으로 운영중인 웹서비스 개발조직이 바로 ‘오픈마루스튜디오’다.

이미 존재하는 인터넷 서비스들과의 경쟁보다는 ‘새롭고 독립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오픈마루가 선보일 서비스들은 ‘개방’을 통해 사용자와 다른 서비스의 ‘참여’를 이끌어 낸다는 웹 2.0과 방향성을 같이 하고 있다.

오픈마루가 지난 1월 선보인 ‘마이아이디(myID.net)’는 하나의 아이디로 여러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OpenID표준을 따르는 국내 최초 ID인증서비스다. OpenID는 사용자 중심의 ID 시스템으로 어떤 사이트든 OpneID를 적용한 사이트는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지난달 말에는 신개념 웹노트 서비스를 표방하는 ‘스프링노트(www.springnote.com)’를 내놓았다. 인터넷 상의 ‘내 노트’로 국내 최초의 위키서비스다. 항상 편집모드와 자동저장으로 빠른 글쓰기, 함께 쓰기, 손쉬운 문서간 연결을 핵심기능으로 꼽을 수 있다.

‘스프링노트’는 비공개로 블로그, 카페, 클럽 등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늘고, 웹 상의 이용자 자신만을 위한 공간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만들어진 개인형 서비스다. 서비스를 제공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 커뮤니티(www.springnote.com/springnote/community/)를 상시적으로 운영해 이용자의 의견이 서비스 개선에 적극적으로 반영되게 한 것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같은 다각적인 행보를 통해 엔씨소프트가 이루고자하는 궁극적인 꿈은 ‘전세계에 통하는 즐거움을 만드는 일’이다.

엔씨(NC)소프트는 그 이름 자체에 담고 있듯 ‘영화 그다음(Next Cinema)’을 내다보고 있다.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이 지금까지 걸어온 10년 보다 훨씬 더 길어지더라도 그 길을 가겠다는 것이 엔씨소프트의 고집이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CEO에게 듣는다-김택진 사장

―대한민국 대표 게임기업으로 성장해 온 지난 10년의 성과와 반성할 점을 꼽는다면.

▲회사를 대표하는 게임 ‘리니지’는 인터넷 최초의 MMO(다중접속)게임로 의미가 있다. 또한 끊임없는 도전과 시도를 통해 3D에 집중 투자한 ‘리니지2’는 세계게임시장에 도전을 시작했던 게임으로서 성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를 처음 시작 할 때부터 세계적인 게임기업으로 성장하는 것, 세계 선도 업체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있는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향해 매진해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은 갈길이 더 멀다.

―세계 3대 게임강국 진입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엔씨소프트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세계인이 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엔씨소프트는 ‘세계적인 선두업체로서, 세계에서 경쟁하는, 도전을 즐기는 회사’라는 비전을 갖고 뛰고 있으며 반드시 세계적 게임회사를 이룰 자신도 넘친다. 한발 앞서 해외시장에 직접 나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현지 지사를 설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의 모든 사람과 같이 일 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끊임없이 도전할 생각이다.

―한국 게임산업이 해외시장에서도 빛을 발하기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현재 한국 게임산업은 위기상황이다. 시장 경쟁은 심화되고, 해외 경쟁자들이 국내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경쟁력 있는 제품이 부족하다. 이 상태라면 언제까지 ‘온라인게임 강국’이라는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결국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좋은 콘텐츠를 발굴하고 경쟁력을 길러서 계속해서 이기는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엔씨소프트를 포함한 한국게임산업의 10년 뒤 미래상을 그려본다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처럼 세계시장에서 성공한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하나같이 미국 기업이다. 엔씨소프트는 이들 기업과 같은, 아시아 최고의 소프트웨어 회사로 세계시장에 도전하고 싶다. 한국게임산업도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 나간다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자리에 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은 지금과는 다른 의미로 계속 발전할 것이다. 얼마 전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에서는 ‘시리어스 게임(serious game)’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도 했다. 게임의 가치를 재발견한다는 게 큰 줄기가 될 것이다.

―중소 게임업체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고언 한마디.

▲꿈을 갖고 도전을 계속해야 한다.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가 없고 게임이 가진 가능성, 꿈을 잃어버리는 순간 방향도 잃게 된다. 꾸준히 실력을 키워나가면서 처음의 꿈을 이루어 가는 노력을 계속하면 한국 게임산업도 발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