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제록스에 복사기 구동컨트롤러용 회로모듈(PWBA)을 공급해온 엔하이테크(대표 박호진)는 내년 송도에 들어서는 공장에 장애인이 근무할 수 있도록 휠체어 공정을 마련키로 했다. 박호진 사장은 개인적으로도 사회 공헌 활동을 해왔지만 후지제록스 본사에서 협력업체들에 더 높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SR:Social Responsibility)을 요구하는 데 따른 결정이다. 엔하이테크는 5월, 10월 두차례에 거쳐 후지제록스 본사에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박호진 사장은 “후지제록스는 유해물질제한지침(RoHS)이 발효되기 2년 전인 지난 2004년부터 협력업체들에 납을 쓰지 않는 친환경 제품을 요구했다”며 “사회적 책임부분도 2, 3년 뒤면 대부분의 세계적인 기업들이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책임 요구 대기업 늘어날 듯=후지제록스는 환경·인사·노무·기업윤리 등 4개 분야 670개 항목에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올해 여름부터 주요 부품업체 200곳을 대상으로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도록 시행할 예정이다. 이후 중국 등지의 생산 거점과 주요 거래처에 노동 착취 여부를 점검하고 개선을 요구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인텔·IBM·필립스·소니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올해 안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중시한 통일 기준을 마련, 부품·자재 조달업체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들은 앞으로 아동 착취 여부와 노동법 준수, 화학물질 관리 등 40여개 평가 기준에 부합하는 납품업체만 상대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전자업체로는 가장 먼저 지속가능발전보고서를 발간해온 삼성SDI는 환경부문으로 시작한 에스파트너 제도를 점차 노동, 인권, 윤리 부문으로 확대하고 있다. 사회 공헌에 기여한 기업의 경우 가점이 주어지며 점차 규정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2009년에는 사회적 책임 표준규격 제정= 나이키 아동고용사건(‘98), 엔론 스캔들(’01) 등을 계기로 부각된 SR은 현재 국제표준화기구인 ISO에서 2009년 표준화를 목표로 국제 표준을 제정할 예정이다. ISO26000이라는 규격으로 명명된 이번 작업은 크게 환경·지배구조·공정한 운영관행·인권·노동관행·소비자이슈·지역사회참여 등 7가지 핵심 분야로 구성돼 표준화 작업이 진행된다. 비록 강제규정은 아니지만 각국의 이해관계자 그룹이 공동으로 만든 지침인데다, 기업의 국제입찰 심사 등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술표준원의 육근성 연구관은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대기업·중소기업 모두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ISO26000이 제정될 경우 국제적인 협력 관계에 또 다른 장벽으로 작용할 수 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