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얻었으니, 앞으로 할 수 있는 일도 해야할 일도 더 많아졌습니다.”
지난 19일 FCI 주식 전량인 1000만주를 9000만 달러에 대만의 실리콘모션에 매각키로 계약을 체결하고 22일 돌아온 윤광준(44·사진) 에프씨아이(FCI) 사장은 세계시장 개척 의지를 첫 일성으로 토해냈다.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을 하면 공개를 하거나 다른 회사에 매각해 빠져나가는 길(출구)이 벤처를 일궈온 사람들이 택할 수 있는 통상적인 수순입니다. 그러나 FCI 매각은 좀 다릅니다. 단순히 출구만 생각했다면 이번과 같은 계약은 아니었을 겁니다. 지난 9년 간 사업을 해 오면서 벤처가 기업공개(IPO)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 그래서 든든한 동반자 없이는 성공을 거두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윤 사장은 M&A 이후 시너지를 기대했기 때문에 매각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받는 대신 절반을 실리콘모션의 지분으로 받았다고 강조했다. FCI는 실리콘모션으로부터 현금과 실리콘모션 주식으로 반반씩 받게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실적을 달성할 1800만달러를 추가로 받기로 했다. FCI 주주들이 보유하게 되는 실리콘모션의 주식은 약 7% 정도다.
윤 사장은 실리콘모션의 넘버2 역할(수석부사장)을 맡게 된 것도 FCI와 실리콘모션 동반 성장을 책임지기 위해서다. FCI 경영은 현 경영진이 그대로 맡는다.
“그동안 매각을 제안해 온 업체들이 많았지만 실리콘모션과 계약을 진행했던 이유는 중국 시장에 대한 욕심이 때문이었습니다. 작년 인티그런트를 ADI에 매각했을 때 고범규 사장에게 술을 한 잔 사며 축하의 말을 건냈을 때에도 전 FCI의 매각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막상 중국에 발을 들여 놓으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FCI는 CDMA와 DMB RF 칩 전문업체다. CDMA는 한국에서 시작한 기술이고, DMB도 그렇다. ‘CDMA RF 칩 최초 국산화’ 등의 성과를 일구며 한국을 주무대로 삼았기에 FCI는 지난해까지만해도 M&A를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실리콘모션은 미국 나스닥 상장업체이긴 하지만, 대만 기업입니다. 실리콘모션이 쌓아온 네트워크는 분명 FCI가 중국과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데 강력한 힘이 되어 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윤 사장은 중국이 아직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무섭게 쫓아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드넓은 시장을 무기로 독자노선을 걸으려는 움직임까지 있어, 중국 시장을 장악하는 길은 그들과 손을 잡는 길 이외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FCI는 그동안 중국에서 현지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연구소까지 설립을 준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해 왔다.
“미국현지에서 18일 새벽 본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곧 바로 한국행 비행기를 타지 않고 FCI의 주 무대가 될 중국을 들러서 오늘에야 돌아왔습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