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가족의 ‘오작교’ 인터넷전화

서울 강남구에 사는 윤은기(49)씨는 배우자와 자녀가 외국에 나가 있는 이른바 ‘기러기 아빠’다. 그는 자식의 교육을 위해 생활의 불편함은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었지만 외로움은 참기가 힘들었다. 매달 나가는 국제 전화비만 수십만 원. 그러나 무료 인터넷전화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통화 비용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조기유학 붐이 기러기 가족을 양산하는 가운데 가입자끼리 공짜로 통화를 할 수 있는 인터넷 소프트폰이 인기를 얻고 있다. 소프트폰은 텍스트 기반의 메신저와 달리 음성통화를 기본으로 영상 통화는 물론 일반 유선전화, 휴대폰과도 자유롭게 통화가 가능해 비단 기러기 가족 뿐 아니라 일반 사용자에게도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소프트폰은 전 세계적으로 1억 7,000만 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한 스카이프(www.skype.co.kr). 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스카이프는 한국 도입 초기 유학생을 비롯해 해외 기업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가 최근에는 영어 학습 동호회나 쇼핑족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 PC간 통화는 무료

메신저 프로그램에 음성 통화 기능을 더한 인터넷 소프트폰은 PC간 통화 요금이 무료다. 굳이 비용을 따지자면 마이크 달린 헤드셋 구입비용 1~3만 원이 전부다. 서로의 PC가 켜져 있는 상태라면 무제한으로 공짜 통화를 할 수 있는 것.

윤씨는 이런 정보를 주변 지인에게 듣고 스카이프를 설치했다. 물론 해외에 나가 있는 가족에게도 스카이프 설치를 권했다. 이후 매달 나가던 몇 십만 원의 해외 통화 비용이 제로로 떨어졌다. 인터넷전화가 기러기 가족의 ‘오작교’ 역할을 한 셈.

“PC to PC 방식은 통화료를 매기지 않아 선불카드를 구입해서 국제 통화를 시도하던 옛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담이 줄었습니다. 또 스카이프를 쓰지 않는 사람들의 휴대폰이나 일반 전화에 통화를 시도할 때는 PC to 전화 개념의 스카이프 아웃을 쓰죠. 요금이 훨씬 저렴하거든요.”

PC에서 일반 전화로 통화를 시도할 때는 ‘스카이프 아웃’이라는 외부 통화 기능을 이용한다. 대부분의 인터넷 전화가 복잡한 요금 체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전화와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일단 싸다는 것은 확실하다.

■ PC 켜지 않고도 활용 가능해

물론 단점도 있다. 매번 전화를 걸 때마다 PC 앞에 앉아 마이크 달린 커다란 헤드셋을 머리에 둘러야 하는 것. PC 앞에 앉아 있지 않으면 받지 못하는 전화가 생길 수도 있다.

스카이프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무선 와이파이 폰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무선 AP나 공유기가 설치된 곳이라면 와이파이 폰을 이용해 휴대폰처럼 자유롭게 전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물론 와이파이 폰을 사용하는 사람들끼리는 통화료가 공짜다.

원리는 간단하다. 스카이프가 내장된 와이파이폰이 무선랜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되면 그것이 바로 스카이프 온라인 상태가 되는 것. 휴대폰이 대중화되기 전에 기지국 반경 200여 미터 내외에서 발신 통화만 가능했던 ‘시티폰’과 유사한 형태다. 물론 와이파이폰은 기지국이 무선 AP이고 이용료가 공짜라는 점, 전화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스카이프 배동철 이사는 “스카이프의 가장 큰 강점은 일상생활에서도 소프트기반 인터넷전화를 간편하게 쓸 수 있도록 다양한 기기와 기능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며 “단순히 값 싼 통화료만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도 측면에서도 사용자를 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주엽 기자 powerusr@ebuz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