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 이제는 여럿 중 하나(One of them)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투자결정에 있어) 냉정하게 보게 될 것입니다.”
국내 최대 벤처캐피털(VC)업체인 KTB네트워크의 김한섭 사장이 VC업계가 최근 IT분야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고 있는데 따른 배경을 설명한 말이다. 이 회사는 최근 한 패션업체(미싱도로시)에 대한 투자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올들어 IT 부품분야의 투자 비중이 10%도 안 된다고 밝힌바 있다.
최근 VC업계의 IT투자가 매우 인색하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VC업계가 정보통신분야에 대한 투자비율은 29.4%에 그쳤다. 지난해 40%벽이 무너진 38.2%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다시 급락했다. 그동안 20% 안팎에 그쳤던 일반제조(34.1%)보다도 낮은 것이다. IT업계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VC산업은 IT벤처 성장의 젖줄이며 생태계의 핵심이다. 단적으로 코스닥에 상장하는 업체의 70∼80%가 VC투자업체다.
‘IT만이 여전히 희망’이라는데 왜 VC들이 IT투자를 꺼리는 것일까.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주요 VC업체 대표의 발언을 정리하면 일단 ‘기대감’이 예전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정석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일신창투 사장)은 “IT의 수익률이 최근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으며 이는 IT를 경쟁력 있는 분야로 보는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인 프리미어벤처파트너스 대표도 “디스플레이·단말기·인터넷 등 더 이상 이슈가 나오지를 않는다”며 투자매력도가 낮아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벤처기업들의 대기업 하청 문제도 지적됐다. 박형태 동양창투 사장은 “(IT벤처업체의 경우) 공급물량이 늘어나면 이익이 증가해야 하는데 대기업에서 원가인하(CR) 요구로 인해 이익이 늘지를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한 참석자는 최근 삼성전자의 예상을 밑도는 실적발표와 관련 “또다시 움직임(하청업체 원가 인하 압력)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VC업계가 공감한 것 가운데 하나는 정통부의 벤처투자 중단이다. 김한섭 사장은 “과거 IT투자가 많았던 것은 정통부가 주도적으로 펀드를 만들어 IT분야에 투자를 유도했으나 최근에는 나서지를 않고 있다”며 재원이 영향을 미쳤음을 피력했다.
실제 정통부는 정책자금을 통해 지난 98년부터 2002년까지 매년 500억원 안팎의 IT펀드 결성을 지원했으며 2003∼2005년에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IF)를 통해 1000억원 정도를 간접 지원한바 있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이사는 “정부가 IT특화 펀드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VC업계가 IT분야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며 정통부가 벤처투자 지원을 중단한 것에 대한 영향을 설명했다.
한편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국냐 창업투자회사 수는 지난 2000년 147개로 정점을 이룬뒤 올 4월 현재 99개로 100개를 밑돌았다. 협회 측은 이같은 감소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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