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미래모임]모바일 서비스 경쟁력 갖추려면…

‘정보통신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은 문영성 숭실대 교수를 초청, 24일 오후 논현동 브이소사이어티에서 정례 모임을 갖고 ‘모바일 솔루션 경쟁력 있는가?’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정보통신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은 문영성 숭실대 교수를 초청, 24일 오후 논현동 브이소사이어티에서 정례 모임을 갖고 ‘모바일 솔루션 경쟁력 있는가?’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해외 진출’은 우리나라 IT업계라면 누구나 추진해야 할 당면 과제다. 하지만 쉽지 않다. 기술 외적인 요인, 즉 문화와 외교력, 언어, 시스템들이 총체적으로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이동통신서비스 역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기술’이지만 해외에서 나오는 실적은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보다폰, 프랑스텔레콤 등 외국 유수 이통사들의 해외 비중이 5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앞선 기술과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 솔루션 업계와 상생을 통한 해외 진출로 이통 업계가 제2의 도약을 마련하는 한편, 한국 IT 수출의 선봉장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팽배해지고 있다.

 전자신문사가 주최하는 국내 정보통신 분야 산·학·관·연 전문가 모임인 정보통신미래모임(회장 정태명·성균관대 교수)은 24일 논현동 브이소사이어티에서 ‘무선 서비스 경쟁력 있나?’라는 주제로 4월 정기 토론회를 갖고 국내 이동통신산업의 당면 과제와 글로벌 경쟁력 등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다.

 이 날 모임은 통신산업이 갖는 후방효과와 세계 최고 기술을 선점하고 있는 분야로서 관심이 큰 사안이었던 만큼 40명이 넘게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이통 서비스의 해외 진출 필요성에 모두 공감하는 한편, 융합서비스에 대한 정부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주제 발표를 한 문영성 숭실대 교수는 “번호이동성 및 3G 서비스에 대한 과다 마케팅 경쟁으로 이통업계의 채산성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며 “협소한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 개척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국내 이통사들도 WCDMA 서비스 개시로 해외시장 개척에 한층 유리하게 됐다”며 전망을 밝게 내다봤다.

 컬러링이나 벨소리, 내비게이션, 모바일 뱅킹 등 무선 서비스에서 우리가 갖는 기술우위는 어느 정도인지를 묻는 이영로 한국정보사회진흥원 u인프라 구축단장의 질문에 정기원 SK텔레콤 팀장은 “일본만 해도 맥도날드와 같은 공공장소에서도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다”며 “이동통신 기술이나 통화품질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정 팀장은 “이통 서비스에서도 외국은 SMS밖에 없지만 우리나라는 70∼80%가 SMS 외에 부가서비스를 이용하고, USIM에 T머니가 들어가거나 멤버십카드가 들어가는 나라도 우리가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은 “무선포털에 대한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은 SIM 카드 하나만 꽂으면 소비자가 모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등 기본적인 환경이 틀리다”며 “우리가 보유한 경쟁력이 해외에서 그대로 적용될지는 의문”이라는 반대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융합서비스에 대한 규제 부문도 높은 관심을 샀다. 손승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단장이 “영역 제약 때문에 융합서비스들이 어떤 제약을 받는지 궁금하다”고 묻자, 정기원 SK텔레콤 팀장은 “서비스가 융·복합화되면서 문화관광부, 경찰청, 산업자원부 등 전 부처와 관련있다”고 전제하고 “단적으로 IPTV는 보는 시각에 따라 방송과 통신으로 구분되는데 초기에 룰을 어떻게 규정하고, 공감대를 이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IPTV 관련 정부 자문위원으로 활동중인 정태명 회장도 “정통부 규제가 예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으나 중요한 것은 정부 담당자들의 ‘보이지 않는 규제’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보통신 규제문제에 다년간 종사해 온 황철중 정보통신부 중앙전파관리소장도 특별하게 토론회에 참석해 “이통산업의 기술 발전속도나 대중에 미치는 파급력을 감안해 규제의 대원칙에 합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

◆주제발표:무선이동통신의 경쟁력 강화 방안

: 문영성 숭실대학교 컴퓨터학부 교수

 보다폰은 매출의 83%, 프랑스텔레콤은 매출의 50%를 해외에서 벌어들인다. 반면 우리나라 이통업계는 국내 의존도가 높다. 순익과 매출 모두 국내에 기반한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향후 5년 안에 중국과 인도가 세계 모바일 시장의 중심축이 될 전망이다. 2012년까지 전세계 12억 모바일 가입자의 60%가 중국과 인도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실제 중국은 현재 무선통신 보급률이 34.8%이지만 2012년에는 69.1%까지 늘 전망이며, 인도도 같은 기간 13.4%에서 31.0%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덕분에 차이나모바일, 싱가포르텔레콤, 허치슨텔레콤 등 세계적인 이통사들이 이 지역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가계 통신비 부담이 한계에 달해 신규 시장창출이 어려운 국내에서는 해외로 나가는 것만이 살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역량 강화, 즉 건전한 재무구조가 전제돼야 한다. 인프라 구축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번호이동성 실시 이후 마케팅 비용이 급증하면서 국내 이통사 순익이 떨어지고 있다. 국내 이통사들의 올 1분기 매출액 대비 마케팅비용은 24.8%로 추정되는데, 이는 2004년 2분기 이후 가장 높다. 마케팅 비용은 전년 동기보다 38% 증가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반면, 영업이익은 30% 이상 감소한 611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여기에 시장 개방이 이뤄지고, MVNO가 허용돼 강력한 유통망을 가진 사업자들이 시장에 신규 진입한다면 국내 이통사들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수 있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여력을 해외진출로 모아야 한다. 단말기 보조금으로 단말기를 예전의 10분의 1 수준에 구입할 수 있게 됐지만, 이는 퀄컴 로열티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는 문제다. 따라서 단말기 보조금 대신 이용요금을 인하하면서 내부 역량을 축적해 해외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모바일 솔루션·콘텐츠 업체와도 협력해 해외 동반 진출한다면 시너지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패널발표:세계화를 위한 전제조건

: 정기원 SK텔레콤 인터넷사업전략본부 인터넷전략팀장

 이통 업계에서 글로벌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글로벌화는 멀고도 험한 길이다. SK텔레콤은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 5년 넘게 투자해 왔지만 규제산업이라는 통신업종 특성상, 아직까지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

 글로벌 전략에는 회사의 장기적인 투자와 국력, 자본시장의 파워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해외 매출이 50%에 이르는 프랑스텔레콤의 경우 과거 식민국가였던 아프리카 지역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허치슨텔레콤은 국가 프리미엄, 즉 화폐가치를 인정받아 해외에서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무선 인터넷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컬러링, DMB, 벨소리 다운로드, 모바일 게임, 모바일 뱅킹 등 모든 서비스가 우리나라가 처음 개발한 것이다. 한국은 단말기, 네트워크, 시스템, 콘텐츠를 모두 만들고 소비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특징이 있다. 노키아만 해도 콘텐츠 자체를 생성할 수 없다. 모바일 전 부문에서 자체 생성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언어나 민족에 폐쇄적이라는 것은 세계적으로 확장되는데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화는 단순히 기술이나 네트워크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문화, 시스템, 교육, 언어, 국력 등 모든 것과 맞물려 있다는 얘기다.

 위피, VM, RFID 등 솔루션과 관련해서는 지금도 국내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규격하에서 우리 업체를 선정한다는 것이 SK텔레콤의 기본 방침이다.

◆패널발표:WCDMA로 해외 진출 가능성 커져

: 김겸 KTF IE사업기획팀장

 통신 서비스는 네트워크, 단말, 솔루션, 콘텐츠(엔터테인먼트) 등 4대 요소에 의해 이뤄진다.

 각 분야별로 해외진출 성적을 보면, 단말기는 해외 진출에 성공했고 콘텐츠는 한류의 영향을 받아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에 비해 네트워크는 지역성이 강하다. 맥도날드가 프렌차이즈를 통해 해외로 확대해 갔지만 네트워크는 사업자가 직접 현장에 위치해야 하고, 규제산업이므로 주파수에 대한 라이선스도 받아야 한다. 문화적인 동질성도 확보해야 한다.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표준인 WCDMA에 대해서 국내에서도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본다.

 이통사업자간 경쟁은 지양하는 것이 맞다. 이통사 입장에서도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마케팅 경쟁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오히려 이통사들의 경쟁 때문에 양질의 서비스가 나왔다고도 할 수 있다. 마케팅에 대한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팔 수 있는 솔루션조차 없었을지 모른다.

 현재 컬러링 이후 특별하게 내세울 만한 서비스가 없어 고민중이지만, USIM 기반 칩서비스를 생활밀착형으로 한다거나 저녁 시간에 콘텐츠를 다운받게 하는 형태로 신규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라면 해외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이다.

 국내 솔루션 및 콘텐츠 회사와의 동반 진출, 상생은 이전부터도 이뤄져 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또 아프리카와 같은 신규 시장 진출도 나름대로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