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은 2000년대 초반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를 견인했다. 그러나 최근 통신서비스 시장의 성숙과 치열한 글로벌 경쟁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원천기술·부품소재·SW 분야의 취약성으로 인해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IT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IT산업이 발전하면 나라가 부강해지고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IT산업이 발전해도 IT산업만의 잔치로 그칠 수 있다. IT산업 발전이 국부의 증대,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과도한 정부규제, 중소기업의 내재적 한계, 글로벌사업의 부재,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이 그것이다.
일본 메이지유신의 입안자인 사카모토 료마는 일본의 미래를 위해 상공업 활성화, 인재등용, 평등조약 등 8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배 안에서 만들었다고 하여 ‘선중팔책’이라 불린다. 이를 본받아 우리나라가 IT를 통해 부강해지고 행복해지기 위한 ‘IT 희망 7원칙’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IT기업에 대한 정부규제의 완화다. 헌법 제119조 제1항은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우선하고 있다. IT기업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IPTV는 금지하는 법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작조차 못해 관련 기술이나 산업 성장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에서 하는 모습을 보면 점심 때가 지나서야 아침밥을 차린다고 서두르는 것 같다. 정부 청사에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으면 그만큼 산업발전이 늦어진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아쉽긴 하지만 지금은 과감히 규제를 놓아야 할 때다. IT기업의 경쟁력은 정부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 스스로 창출하는 것이다.
둘째, 기술력있는 중소 IT기업 육성이다. 육성하는 것은 규제가 아니다.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모든 중소기업을 육성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수한 기술을 가진 기업에는 기술을 담보로 돈을 쉽게 빌릴 수 있게 하고, 대기업과 협력할 수 있게 하며, 외국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사고 한 번으로 IT기업이 망하는 것을 막자면 보험제도도 강화해야 한다.
셋째, IT기술인력 양성이다. 기술인력이 반드시 한국사람일 필요는 없다. 피부색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사는 곳이나 국적도 중요하지 않다. 우리와 함께 일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많은 사람을 외국에 보내 공부를 하게 하자. 돌아오라는 조건도 붙이지 말자. 돌아오든 오지 않든 결국은 우리를 위해 일하게 마련이다.
넷째, 아시아 IT경제권의 구축이다. 미국과 먼저 FTA가 타결됐지만 아시아 국가들이 우선되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아시아 국가 간에 경제가 자유화되고, 그 여세를 몰아 미국과 FTA를 체결했다면 효과가 배가됐을 것이다. 아시아는 성장하고 있고 우리와 별개의 나라가 아니다. 사투리를 심하게 쓰는 지방이라고 생각하자. 아시아가 IT부문에서 경제적으로 자유화되면 세계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다섯째, 모든 산업의 IT화다. 금융·자동차·가전·국방 등 산업에 IT화를 확산하자. 관련 산업 간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생산성을 파격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여섯째, IT물류 강화다. 우리나라는 산지가 많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작은 나라다. 그래서 어디서든 항구가 가깝다. 내륙에도 공장이 서고, 항구까지 빠르게 운반할 수 있는 물류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IT복지의 실현이다. IT를 통해 원격의료, 건강진단, 홈네트워크, 장애인 지원 네트워크 등 복지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IT행복국가의 실현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부에만 맡길 것도 아니다. 모든 국민의 실현의지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소프트웨어도 실행파일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총칼로 싸우는 전쟁터는 산업현장으로 바뀌었다. 모든 국민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지듯 산업부흥의 의무를 져야 할 때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sjl@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