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탑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영화 ‘바벨’은 뿌연 먼지 바람이 몰아치는 모로코의 황량한 사막 지대에서 시작해 국경 하나를 경계로 두고 자유주의국가인 미국과 묘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멕시코를 지나, 휘황찬란한 네온사인과 조명빛으로 물든 도쿄의 밤거리 및 마천루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구인의 삶을 조명한다.
돌비 디지털 5.1 음향은 비록 서라운드 음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장르의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리어 스피커가 침묵하고 있다.
황후화
당나라 말기, 잔혹한 운명의 끈으로 엮인 중국 황실의 비밀스러운 가족사를 다루는 ‘황후화’는 ‘영웅’ ‘연인’ 등의 대작 무협 영화를 통해 중국 특유의 대륙적인 스펙터클을 과시해 온 장이모 감독이 월드 스타 주윤발과 공리를 출연, 만든 세 번째 블록버스터 서사극이다.
진시황이라는 역사적 실존 인물에 대해 사전 인지가 요구됐던 ‘영웅’에 비해, 중국 역사 중 가장 강성했던 시기인 당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황후화’는 굳이 당시의 역사적 맥락을 따진다는 것이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이 영화는 황제 개인의 가족사 이면에 숨겨진 비밀과 욕망으로 인해 결국 의미없이 소비되고 희생되어지는 모든 것을 극도의 탐미주의적 스펙터클로 뒤덮어 버리기 때문이다.
마파도2
이름도 분위기도 수상한 섬 마파도에서 다섯 명의 엽기 할매들에게 붙잡혀 빡세게 당하는 두 건달의 고생담을 담은 ‘마파도’가 전국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의외의 대박을 기록하자 발빠르게 기획, 제작된 속편 ‘마파도2’.
전편의 동어반복에 가까울 정도로 비슷한 패턴의 웃음 코드와 구수한 할매 욕설을 질펀하게 풀어놓는 ‘마파도2’는 1편 흥행의 핵심이었던 김수미가 출연하지 않는 점이 아쉽지만(카메오 출연), 여운계를 중심으로 호흡을 맞춘 중견 여배우들의 현란한 애드리브 유머만으로도 100여분의 시간 죽이기는 충분하다.
‘마파도2’의 DVD는 고화질 영상이 매우 인상적이며 스페셜 피처로 감독 코멘터리, 메이킹 필름 등을 수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