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영화 콘텐츠 판권 판매 및 인터넷 VoD 서비스 제공업체인 A사는 지난해 말 한 업체로부터 특정 영화에 대한 인터넷 판권을 구입했다가 낭패를 봤다. 2007년 12월을 계약 만료 기한으로 영화에 대한 양도권과 상영권을 구입했지만, 얼마 후 다른 업체로부터 이미 계약 기한이 끝난 영화이므로 상영을 금지해 달라는 소식을 들었다. 정당하게 비용을 지불하고 판권을 구입했지만 본의 아니게 불법 상영 업체가 됐다. 이 회사는 이후, 가능한 한 영화 판권의 원저작권자와 직접 접촉해 계약관계를 정리했지만 이를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이는 영화 판권 거래가 불분명한 데서 발생하는 피해 사례 중 하나다.
한국 영화계가 불명확한 영화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안정숙)는 그동안 업계에 고질절인 병폐로 뿌리내려온 부가판권 유통구조의 불명확성을 없애고 불공정거래 및 독과점 행태를 지양하기 위한 장치 마련에 적극 나섰다.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안정숙)와 사단법인 영화인회의는 최근 ‘부가판권 시장 표준계약 가이드라인’ 제작을 위한 연구 계약을 체결, 영화 판권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유통질서 확립의 기반을 마련키로 했다.
가이드라인은 5월말이나 6월초 완성해 영화제작사 및 배급사, 판권 공급업체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각 영화 계약 주체들은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판권 계약시 반드시 검토해야 할 사항을 체크해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고 거래 관행에 투명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영진위와 영화인회의는 △케이블방송이나 온라인업계와의 계약서를 입수해 현행 계약간 문제점을 우선 파악하고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대여용와 판매용 DVD, PPV 등 용어의 정의를 확립하며 △기존 포괄적 계약 방식을 비독점, 독점, 양도 등으로 세분화해 추후 분쟁의 소지를 없앤다는 계획이다. 또 온라인에서의 기술적 조치 방안과 홀드백 기간 유지 등에 대한 내용도 명시할 예정이다.
여기에 계약 약정을 어길 경우 영화 저작권 보호 신탁기관인 한국영화제작가협회를 통해 위반사실을 통보하고 추가 징수하는 방안도 마련될 전망이다.
영진위는 또 영화 판권 거래시 공정한 환경 마련을 위해 연구원과 변호사, 자문단 등 약 10여명으로 구성된 ‘공정거래 환경 특별위원회’를 구성, 내달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영진위는 이 내용을 지난 23일 ‘영화산업 합리화 소위’에 보고했으며, 내달 ‘9인 위원회’를 거쳐 운영방안과 운영규정 등을 확정한 다음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특별위원회는 영화 거래시 불공정행위나 독과점 행위에 대한 신고를 접수, 법률적 조치에 들어가기 전에 업계 자체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해 합리적인 산업구조를 구축해 나간다는 게 목적이다.
영화인회의 부설 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 김도학 소장은 “그동안 부가판권 시장의 유통 질서가 확립되지 않아 불필요한 분쟁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영화 관계자들이 합리적인 유통 환경 마련에 적극 나서 건전한 산업구조를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