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SK텔레콤의 올 1분기 실적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자 의외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당초 3G 마케팅을 둘러싼 경쟁심화로 SKT·KTF 할 것 없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영업이익 저하에 시달린 KTF와는 달리 SK텔레콤은 건재함을 과시했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KTF가 나서서 ‘쇼’에 올인하는 동안 우리는 기존 가입자와 신규 가입자에게 모두 혜택이 돌아가는 실속 마케팅을 벌여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의외의 실적 호조=통신업계는 SK텔레콤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견했다. 영업이익이 10% 가까이 줄어들어 6000억원에도 못미칠 것이라는 전망 일색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마케팅 비용이 33%나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채 1%도 줄지 않았다. 이를 두고 SK텔레콤 관계자는 ‘어닝쇼크’라는 표현까지 썼다. 실적이 나빠서가 아니라 생각보다 실적이 양호해 충격적이라는 의미다. 실적발표후 SK텔레콤 내부적으로도 한껏 고무돼있다. 최근 여러가지 사건으로 마음고생을 했지만 결국 실적이 말해줬다는 분위기다.
◇‘쇼는 KTF가 했는데…’=가입자 유치에서도 SK텔레콤의 실속은 빛났다. SK텔레콤은 올 1분기 46만명의 순증 가입자를 확보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0만명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시장점유율도 0.01%포인트 증가한 50.44%로 끌어올렸다. 이에 반해 KTF는 마케팅비가 전년동기 대비 35%나 늘었으나 가입자 순증은 지난해 수준인 24만명에 불과했다. 4월 현재 쇼 가입자 35만명으로 3G 1위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오히려 시장점유율은 0.12%P 감소했다. 30.01%까지 떨어져 30%선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이 같은 양사의 대조는 마케팅 전략 차이에서 비롯됐다. KTF는 ‘쇼’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대중적인 이미지 광고에 집중한 반면 SK텔레콤은 상대적으로 가입자에 밀착한 타깃 마케팅을 구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분기는 제대로 붙는다=2분기에는 SK텔레콤도 3G 마케팅을 본격화한다. 150만명이라는 올해 WCDMA 가입자 목표도 처음으로 제시했다. 현재 월 2만 수준의 3G 순증 규모를 감안할 때, 5월부터 3G 마케팅 공세를 대폭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만간 3G 전용 단말기가 나오는 만큼 ‘쇼’에 맞서는 새로운 대중광고를 선보이고 인지도 확대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성민 SK텔레콤 전무는 “3G 마케팅과 보조금 규제 완화 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2분기 마케팅비가 1분기보다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이같은 기조는 KTF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양사 모두 2분기 수익성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당초 KTF는 2분기 이후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SK텔레콤이 3G 가입자 목표를 공식 제시함에 따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따라서 관전 포인트는 수익성보다는 가입자 결실을 누가 더 많이 따 가느냐로 좁혀질 전망이다. KTF는 쇼 마케팅이 네트워크 효과를 타고 있어 5∼6월 가입자 증가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4월 한달만 20만명이 넘었으니 연말 목표 180만명도 충분히 초과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내달부터 한 치 양보없는 진짜 ‘혈전’이 시작된다.
조인혜·김태훈기자@전자신문, ihcho·t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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