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카메라와 MP3플레이어의 봄날은 갔다.’
3∼4년 전만 해도 소형 디지털기기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아온 디지털카메라와 MP3P가 이제는 ‘재고처리 대상’이거나 ‘판매 대상 제외품목’으로 격하됐다. 빈자리는 새롭게 필수 소형 디지털기기로 자리잡은 내비게이션과 PMP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차지했다.
이런 현상이 가장 두드러진 유통채널은 ‘홈쇼핑’이다. 홈쇼핑은 특성상 시간 대비 효율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팔리지 않는 제품은 아예 편성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MP3P와 디카는 전성기였던 2003년과 2004년에는 GS홈쇼핑·CJ홈쇼핑·현대홈쇼핑 등 주요 홈쇼핑업체의 디지털기기 상위 판매 품목을 휩쓸다시피 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GS홈쇼핑의 경우 2003년 디지털기기 판매 상위 5개 브랜드 중 1∼3위가 디카, 4∼5위가 MP3P였다. 그러나 2006년 MP3P는 판매를 위한 방송편성 자체가 어려워졌다. 1∼3위 브랜드는 내비게이션이 차지했다. 4∼5위는 디카였다. 2007년 들어서도 MP3P는 전무한 가운데 내비게이션과 디카가 판매량 순위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중이다.
CJ홈쇼핑에서도 2003년 1분기에 MP3P는 40회가 방송되며 100억원의 주문금액을 기록했다. 디카는 38회 방송에 115억원 주문금액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 MP3P는 아직 한 번도 방송을 타지 못했다. 디카가 28회 방송과 80억원 주문금액을 기록한 가운데 PMP와 내비게이션이 27회 편성과 77억원 주문금액으로 새로운 강자임을 과시했다.
현대홈쇼핑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2003년과 2004년에 주당 총 편성시간(8140분) 중 4∼5%(300분 정도)를 MP3P와 디카가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MP3P는 전혀 방송되지 않았다. 대신 내비게이션과 PMP가 4∼5% 편성비중을 차지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올 4월까지 노바 내비게이션만으로 매출 150억원을 올렸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유통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하이마트의 경우 올 1분기 PMP와 내비게이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0% 늘었다. 두 품목은 2005년에 처음 하이마트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이래 올해까지 두 자리에서 많게는 세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에 MP3P는 2005년까지만 해도 연간 50%이상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부터 정체 중이다. 디카는 2004년까지 매년 100% 이상 성장했지만 이후 2005년 1분기 30%, 2006년 1분기 25%, 올 1분기 10% 성장에 그치는 등 성장률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MP3P는 시장 포화와 함께 휴대폰 기능에 채택되면서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다”며 “최근 MP3P 기능은 물론이고 지상파DMB, 동영상 기능을 갖춘 2∼4Gb 용량의 MP4 플레이어가 등장하며 새롭게 시장을 견인하는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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