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32인치 이하 소형 TV용 LCD패널의 상당량을 올초부터 삼성전자에서 대만 업체로 바꾸어 구매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업계에서는 S-LCD 합작 파트너인 양사의 밀월관계에 이상기류가 생기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하고 있다.
소니가 지난해 삼성전자에서 구입해간 LCD 패널 가운데 32인치 이하 제품은 절반을 차지할만큼 많은 양이다. 이로인해 삼성전자가 올해 소니에 공급할 32인치 이하 TV패널 물량은 작년보다 100만개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일 이에 대해 “소니가 올해 32인치 이하 TV용 LCD패널 물량을 작년보다 30% 가량 줄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소니가 이처럼 LCD TV시장 확대를 위해 합작법인까지 설립하며 밀월관계를 맺어온 삼성전자를 대신해 대만업체로 구매선을 전환한 것은 가격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TV완제품만 생산하는 소니로서는 상대적으로 패널 가격이 저렴한 대만 업체를 끌어들여 삼성전자에 가격 인하 압박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또 LCD패널 공급부족 사태를 대비해 삼성전자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도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소니의 이탈로 줄어든 소형 TV 패널 공백을 메우기 위해 24·27·30인치 등 대형 모니터 물량을 늘려갈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급량 감소는 23·26인치 등 주로 소형에 집중돼 있고 32인치는 작년 수준을 유지하고, 40인치 이상 대형 패널은 오히려 늘고 있다”며 “삼성전자도 다른 고객을 무시하고 소니에만 많은 물량을 줄 수 없어 대형을 늘려주는 대신 소형을 줄인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일각에서는 소형 TV패널에서 시작된 소니의 구매선 다변화가 40인치 이상 대형 TV패널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반응이다. 40인치 이상 대형 패널 확보가 관건인 소니는 합작법인인 S-LCD 이외에도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투자한 7세대라인(7-2)에서 부족한 물량을 구매하고 있다. 삼성보다 유리한 다른 공급선이 생긴다면 소니는 언제라도 구매선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소니가 40인치 이상 대형 패널 구매선을 전환할 가능성은 당장 현실화되기는 어려운게 현실이다. 현재로선 7세대 투자에서 늦은 대만 LCD업체들이 소니가 원하는대로 40인치 이상 대형 TV패널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줄 수 없다.
소니 카추미 이하라 부사장은 이와 관련 최근 대만에서 가진 기업설명회에서 “올해 대만에서 32인치 이하 패널 물량을 확대하는 등 대만에서 전체 LCD패널 구매량을 작년보다 4배 늘어난 400만대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혀 묘한 여운을 남겼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