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1년 만에 ‘IT 코리아’를 외쳤다.
2일 증권선물거래소·한국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전기전자업종 주식 1조4799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월간 기준으로 전기전자업종을 순매수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년 만이어서 IT경기가 상반기 중 바닥을 찍고 하반기에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컴백, IT 코리아=지난달 외국인이 국내 증시(유가증권시장 기준)에서 기록한 전체 순매수액은 2조7000억원으로 지난 2004년 3월 이후 가장 큰 규모. 외국인은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조4799억원을 전기전자업종 주식을 사는데 투입했다.
외국인이 지난해 12월 국내 증시에서 근 8개월만에 순매수 기조로 돌아선 이후에도 IT주만은 외면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달 외국인의 모습은 뜻밖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1년 만에 IT주를 순매수한데다 그간 IT주에 느꼈던 갈증을 일시에 해소하려 한 듯 지난 2004년 1월 1조8000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월간 IT주 순매수를 기록했다.
◇경기회복에 ‘베팅’=외국인의 IT주 매수 재개는 두 가지 요인으로 해석된다. 하나는 지속적인 주가 하락으로 인해 국내 IT주의 가격이 싸게 느껴진 것이고 다른 요인은 앞으로 실적 회복에 힘입어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중 전자의 영향이 크다면 매수세 지속 여부를 낙관할 수 없으나 전문가들은 후자의 영향이 더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외국인의 매수세는 국내 IT주의 부진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가능성에 ‘베팅’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그간 국내 IT산업의 발목을 잡았던 환율 문제가 안정화됨에 따라 IT업체 실적이 좋아질 수 있다”며 “IT경기가 완전히 되살아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국내 IT산업에 대한 저평가 인식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교보증권 김영준 연구위원도 “외국인이 최근의 국내 IT경기를 바닥으로 인식하고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경기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반도체 수요 회복을 통해 주요 IT업체의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삼성전자·하이닉스 올인
외국인, 삼성전자·하이닉스에 ‘올인’=4월 한 달 동안 외국인은 국내 전체 주식 통틀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식을 가장 많이 사들였다. 이들 두 종목에 대한 외국인의 순매수액은 각각 9280억원, 4092억원이었다. 두 종목 순매수액을 더하면 지난 한 달간 외국인 전체 순매수액 2조7000억원의 절반에 달한다.
이밖에 외국인은 △LG전자(1189억원) △KTF(465억원) △다우기술(193억원) △LG데이콤(161억원) 등에 ‘매수’ 주문을 냈으며 △SK텔레콤(-1353억원) △KT(-652억원) △삼성전기(-162억원) 등에 대해서는 ‘매도’로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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